이웃 먼저 생각하는 희생정신 '눈길'

▲ 참혹한 화재 현장에서 자신의 생명보다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며 구호 활동을 펼친 시민 이재만씨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8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대구 대보사우나 화재가 총체적 안전불감증과 인재로 밝혀지면서 또다시 시민들에게 절망감을 안겼다.

그럼에도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참혹한 화재 현장에서 자신의 생명보다는 이웃을 먼저 생각하며 구호 활동을 펼친 시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만 씨(66)가 희망을 안겨준 주인공이다.

화재 건물 주민인 이 씨는 화재 당일인 지난달 19일 오전 6시께 4층 목욕탕을 찾았다.

목욕 후 남탕 탈의실에서 매점 직원과 대화를 하고 있던 이 씨는 오전 6시 45분께 타는 냄새를 맡았다고 회상했다.

곧바로 연기와 함께 불길이 보였으며 화재를 예감한 이 씨는 곧바로 휴게실로 뛰어가 이용객 10여 명을 깨워 대피시켰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씨는 헬스장으로 이동, 대피할 것을 알렸고 다시 탕 안에 있던 이용객까지 화재 사실을 알렸다.

목욕탕을 나오려고 하자 입구가 막혔고 다른 이용객과 함께 고립됐다.

물을 묻힌 타올을 얼굴에 감싼 이 씨는 잠시 상황을 살핀 뒤 불길이 잠잠해 졌던 탈의실 쪽으로 나와 대피했다.

결국 본인은 화재가 모두 진화 된 뒤 마지막에 구조됐으며 이 과정이 화재 당시 CCTV에 담겼다.

이재만 씨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본능적으로 움직였을 뿐이다”며 “구출한 사람 중 한 명이 안타깝게 돌아가셨는게 그게 더 가슴 아프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이 씨에게 감사를 전했으며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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