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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요즘 TK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뉴스를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이런 유의 이야기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시국이 돌아가는 상황에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아 자칫 울화병에 걸릴 것 같다고 하소연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마 이런 사람들에겐 오는 25일부터 시작되는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보면 혈압이 훨씬 높게 올라갈 소지가 있다. 이번 청문회는 어느 때 보다 각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가진 후보자들이 많아 보는 이들에게는 흥미진진할 소재가 많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을 받는 후보자로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다. 통일연구원장으로 있다 이번에 장관 후보자로 발탁된 그는 막말 수준이 총리급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김 후보자는 과거 자신의 SNS를 통해 천안함 폭침 5주기(2015년)를 맞아 군복을 입고 강화도 해병대대를 방문한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사진을 게시하고 “군복 입고 쇼나 하고 있으니…”라고 비꼬았다. 그는 2016년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도 “감염된 좀비”라고 비하하고 같은 해 민주당이 영입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씹다 버린 껌”이라고 막말을 내뱉었다. 그는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이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남북 간 교역을 전면 중단한 5·24 제재는 우리 기업들에게 막대한 손해만 입힌 바보 같은 제재”라고 몰아붙였다. 또 “사드를 배치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등 좌편향 안보 의식의 발언도 쏟아 냈고 2010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사건에 대해서도 “우리가 겪어야 할 통과의례였다”고 했었다. 그런 그가 엊그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한국당 정양석 의원이 질의한 ‘5·24 제재 조치 발언’에 대한 답변서에서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응 조치로서 시행한 것”으로 보며 “도발에는 대가가 따른다”고 과거의 “바보 같은 제재”라고 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 김 후보자의 입장 선회에 대해 한국당에서는 “말 바꾸기는 물론이고 학자로서의 소신에도 문제가 있다”며 26일 열리는 청문회 때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하겠다고 했다.

강남 투기꾼들로부터 ‘절세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은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투기자(?)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재테크가 뛰어난 솜씨를 보였다. 그는 아파트값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지역인 분당과 잠실, 세종시에 3채의 아파트를 가진 다주택자였다. 그는 지난달 장관 인사 검증에 들어가자 살고 있던 분당 아파트(84.78㎡)를 장녀 부부에게 절반씩 쪼개 증여한 뒤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160만 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고 그 집에서 그냥 사는 절세의 묘수를 보였다. 정부가 투기를 막고 집값을 잡겠다고 보유세를 올리고 다주택자에 가산세까지 물린다는데 주무부처 장관 될 사람이 꼼수로 가산세를 피해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중소벤처 기업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영선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때마다 독설로 상대의 기를 죽여 놓거나 낙마를 시킨 전과가 이번에는 부메랑이 되어 아들의 이중 국적, 남편의 세금 납부 관련과 연간 수억 원의 생활비 사용 등 자신이 ‘내로남불’ 화살의 과녁이 되었다. 이밖에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는 딸의 중학교 전학을 위해 한해에 3차례나 위장전입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국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자신의 지역구인 용산에서 10억 원에 사들인 재개발 지역 분양권이 2년 만에 26억 원으로 뛰어 돈벼락을 맞는 등 서민들로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재테크의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도 본인과 두 아들의 ‘황제 병역’ 의혹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엊그제 국회의 대정부 질의에서 이낙연 총리가 “이런 분들에 대한 스크리닝(검토)을 해서 청와대에 장관으로 제청을 했다”고 비호를 하고 나서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경상도 말로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힐 때 ‘입이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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