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750~800m 아래 CO₂ 주입…지반에 무리 지적

2017년 포항지진(규모 5.4)이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는 정부 조사연구단의 공식 발표가 나오자 영일만 CO₂해저저장연구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지열발전소 뿐만 아니라 영일만 CO₂저장 시설도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포항 영일만 해상에서 진행하려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 Carbon Capture & Storage) 실증 추진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CCS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를 포집해 땅속에 저장하는,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기술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하 750~800m 아래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과정이 포함돼있어 지반에 무리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진의 악몽을 겪은 포항시민들은 이 지역에서 추진되는 기술 실증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2010년부터 ‘CCS 기술 실증’을 추진해 왔다. 2013년부터는 공주대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으로 연구진을 꾸렸다. 대규모 이산화탄소 저장소를 해저에 건설하기 전에 관련 기술을 실증하기 위해서다.

기술실증 부지로는 포항 영일만 해역에 있는 포항분지가 선정됐다. 이곳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역암, 사암층 위에 가스가 새어나가지 않게 600m 이상의 점토층이 ‘덮개’처럼 존재해 기술실증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구진은 2017년 이산화탄소 시험 주입을 마치고 작년 본격적인 주입 연구를 진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2017년 11월 포항 북구 흥해읍에서 예상치 못한 강진이 발생하며 연구는 중단됐다.

지진 발생 뒤 인근 지열발전소와 관련성이 제기되며, CCS실증연구도 지진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포항시도 당시 실증 중단을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한편 학계에서는 “지열발전과 이산화탄소 저장연구는 입지조건부터 사용 기술까지 완전히 다르다”며 이번 조사 결과를 이유로 온실가스 저감 기술 확보를 위해 다년간 추진해온 CCS 실증연구까지 중단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증이 끝난 뒤 이산화탄소 대량 저장소를 건설할 수 있는 곳으로는 이산화탄소가 들어갈 수 있는 지층(저류층)과 그 위에 가스가 새어나가지 않게 막아주는 두꺼운 지층(덮개층)이 안정적인 구조를 이루고 있는 서해와 동해 해저가 꼽힌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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