툇마루의 놋요강에 오줌발을 내린다
막 개칠을 시작하는 소나기는 미닫이부터 적신다
비안개의 아가미를 숨겨왔던 새벽이다

추녀의 숫자만큼 뒹구는 빗방울
느린 시간의 뒤에 좀벌레처럼 머무는 빗방울
머위 잎을 기어이 구부리는 빗방울

빨랫줄의 참새가 방금 몸살을 터는 중이다
자주달개비 혀에 보랏빛이 번지는 중이다
질펀해질 마당이 막 소란해지는 중이다

자세히 보니 모두 알몸이어라





<감상> 내리는 비는 모두 알몸이다. 비는 비안개 뒤에 내리고, 추녀의 숫자만큼 뒹군다. 비를 맞는 식물도, 날짐승도 알몸이다. 비로 질펀해진 마당도 알몸이니 비를 잘 맞는다. 비를 맞는 느린 시간과 공간속에 놓인 것들이 때맞춰 잘 자라겠다. 맨발에 맨땅에 소나기를 맞으며 달리던 때는 물웅덩이도 내 발을 잘 맞이해주던 맨몸이었다.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가득한 세상은 빗발도 제대로 맞을 수 없다. 비를 가려주는 인공구조물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오줌발을 내리려고 겨우 아랫도리를 벗을 뿐이다.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