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패스트트랙 '빨강불'…정개특위 활동시한도 변수로
여의도 정가, 다당제 붕괴 전망

12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왼쪽)과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오른쪽)이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문형배 헌법재판소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불참으로 회의가 개의조차 하지 못했다.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이 문 후보자뿐만 아니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회의 자체를 보이콧한 것이다. 연합
내년 4·15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이 결국 불발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선거일 1년 전까지 국회의원 지역구를 확정하도록 규정한 공직선거법이 무색하게 어떤 방식으로 선거를 치를지조차 합의하지 못한 채 갈등을 지속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지정과 관련해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려 하지만 각 당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정치권의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거제도 개편을 논의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이 오는 6월 30일까지로, 총선을 불과 1년 앞두고 선거제가 통째로 바뀌는 것에 대한 정치권의 반발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여야 4당 패스트트랙 협상 ‘데드라인’으로 제시된 3월 15일이 지났지만 선거제 개편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실제 여야 남겨진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의당 소속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선거제 개혁을 위한 여야 4당의 노력이 좌초위기에 봉착했다. 적어도 다음 주 중에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일정이 가시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편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할 경우 정개특위(최장 180일)와 법제사법위원회(최장 90일), 본회의(최장 60일)를 차례로 거쳐 330일 이상 걸리는 패스트트랙 기간을 약 180일로 절반가량 단축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정개특위에선 ‘위원회 안건조정제도’를 통해 기존 180일에서 90일 이하로 소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국회법에 따라 정개특위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6인)를 구성하면 조정위원 찬성(3분의 2 이상)으로 조정안을 의결, 전체회의에서 표결을 거치는 방식이다.

현재 정개특위 소속 국회의원 총 18명 가운데 여야 4당 의원은 12명이다. 안건조정제도를 통해 선거제 개편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이론상’ 가능하다는 얘기다.

반면, 법사위에선 의사진행과 안건상정 등 운영권한을 가진 위원장이 한국당 소속이라 최장 90일 걸리는 일정을 앞당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사위 90일을 거쳐 선거제도 개편안이 본회의로 부의된 뒤 국회의장이 안건을 곧바로 상정하면 약 60일을 단축할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 선거제 개편안이 올 상반기까지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상정되면 올해 말쯤에는 본회의 통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거제 개편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패키지 법안’으로 묶인 공수처법에 대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간 의견 차가 평행선을 달리면서다.

정개특위 활동 기간이 올해 6월 30일까지로 정해져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정개특위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선 원내 교섭단체 간 합의와 본회의 의결이 필요해 한국당 동의가 없다면 올 하반기 정개특위는 사실상 운영되기 어렵다.

정개특위 위원장직 역시 관례상 교섭단체 간 합의에 따라 지명되고 있다. 올 하반기엔 비교섭단체인 정의당으로 정개특위 위원장직이 돌아갈 보장이 없는 셈이다.

비관적 관측은 이외에도 바른미래당의 내홍과 함께 민주당의 총선 전략이 아직 분명치 않은 점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점도 패스트트랙 추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내달 8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 전후가 돼서야 민주당 총선 전략이 윤곽을 잡을 것으로 보여 홍 원내대표가 남은 임기 내에 한국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야 3당과 패스트트랙 공조에 힘을 얹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따라서 여의도 정가에서는 선거제 개편 무산은 물론, 지난 4.3 재보궐 선거를 평가하며 2016년 총선 이후 들어선 다당제 질서가 21대 총선에서는 붕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당분간은 4당 체제가 유지되더라도 극적인 반전이 없는 한 현재의 정당 지지율로 보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내년 총선에서 유의미한 정치세력으로 살아남기가 쉽지 않아 민주당과 한국당 중 어느 쪽이 이기든 21대 총선 이후는 양당 체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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