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19일 임명절차 진행…한국당 "모든 수단 동원해 저지"
바른미래 "일방독주 정치" 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주식 과다 보유’ 논란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18일 여야 대립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중앙아시아를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 재요청한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 시한인 이날까지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됨에 따라 19일 중 전자결재로 임명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울 것이라고 천명하고 장외투쟁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정국이 급속도로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야 대치 속에 공전해온 4월 임시국회의 파행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8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이들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문형배 후보자 청문보고서만 채택하자는 입장이었지만, 민주당이 두 후보자의 청문보고서를 모두 채택하지 않으면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회의 자체를 보이콧했다.

이에 따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여당이 빠진 상태에서 문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만 단독으로 채택할 계획이었지만, 끝내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이날 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오는 19일 이들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전자결재 방식으로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전임 재판관의 임기가 오늘 끝나 재판관 공백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며 “오늘까지 국회의 보고서 채택 후 송부를 기다려보고 불발되면 문 대통령이 내일 전자결재로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이날 이 후보자를 임명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에 나서겠다고 ‘최후통첩’했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만약 대통령이 끝끝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원내·외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국민과 함께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며 “우리 당과 국민의 최후통첩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오후 긴급 의원총회에서 “18일까지 보고서를 재송부해달라는 것은 굴종의 서약서를 보내라는 것”이라며 “내일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원내·외 투쟁을 병행할 수밖에 없음을 다시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특히 20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인근 등에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 임명 강행을 비롯한 국정 운영 전반을 비판하는 장외투쟁 카드를 검토 중이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 반대 여론이 이미 선을 넘고 등을 돌렸는데도 문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국민은 안중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야당도 꺾어서 일방독주 정치를 펼치겠다는 것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의 임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기조는 그대로 유지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이 후보자 임명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며 “한국당이 이 후보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안에서 무조건 반대로 일관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당 회의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한 모습도 보였다.

이런 가운데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추진하는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향후 정국의 변수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민주당과의 합의안이라면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판사와 검사, 경찰을 수사할 때만 예외적으로 기소권을 갖는다’는 방안의 추인을 시도하려 했으나 표결처리가 무산됐다.

의총 도중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줘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발언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이 이후 의총을 다시 열어 진통 끝에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 신설을 비롯한 개혁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쪽을 선택하면 한국당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야합한 일부 바른미래당 세력이 선거제와 공수처 패스트트랙을 계속 추진한다면 더는 국정에 협조할 수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으름장을 놨다.

반면 바른미래당이 패스트트랙 추진에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 선거제 개혁은 동력을 잃어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이날 바른미래당 의총이 손학규 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당의 내홍만 재확인한 채 끝나면서 당의 향후 진로가 야권발 정계개편론의 촉매제가 될지도 주목된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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