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허공으로 던진다. 날카로운 모서리가 곡선으로 구겨지
며 날개가 돋아난 것이다. 쓸모없다고 생각한 순간 새가 되기
로 한다. 얇은 마음을 펼쳐 순백의 하늘을 닮아 날개의 기억
을 더듬는다. 멀리 날기 위해 스스로 구겨져야 한다. 최후의
모습에 날개를 달기 위해 얼마나 험한 길 돌아오는지 팔다리
는 어둠 속에서 머리는 허공에서 견딘다. 한 장의 순한 깃털
이 되기 위해 물속에서 부풀려지고 단단해지고 날카로운 이빨
에 절단되며 날 선 모서리가 된다.
기회를 엿보다 날개가 되고 싱싱한 울음이 되고 마침내 새
가 된다. 날 수 없는 날개, 창문 넘어 추락하는 새의 힘, 스스
로 죽는 것은 소리가 없다. 마지막은 늘 아름다운 것이다. 살
아온 길들이 층층이 무너져 내린다. 몸에 기록된 날개를 구긴
다. 난, 날아오를 준비를 끝내고 기다린다. 반듯하지 않을수록
탄력 있는 날개, 아직 돋지 않는 날개를 생각하는지 옆구리를
긁으며 허공을 빠져나오는 얼굴 보인다.





<감상> 새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건 시선이 하늘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날개를 달기 위해서 나는 몸이 날선 모서리가 되어야 하고, 울음이 되어야 하고, 구겨져야 한다. 철저히 망가지고 추락을 경험한 자들만이 지상에서 떠나는 날개를 상상한다. 지상에서 모서리가 아닌 중앙에 있고, 옆구리까지 배불리는 자들은 닭이 날기를 포기하듯 날개가 필요 없다. 살아온 길이 무너져 내릴수록 날개는 탄력을 받고 항상 날아오를 태세를 갖춘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으므로 날개가 쉽게 돋지 않는다. 허공에서 빠져나오는 얼굴이 아직 남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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