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 가능한데도 "잘 못되면 감사"…입찰 선호
외부업체 시공 사후관리 등 문제 많아 법 개정 시급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각종 공사나 사업들이 지역 업체들에게는‘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는 데다 외지업체 시공 시 사후 관리도 쉽지 않아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지방계약법)’ 및 관련 법령에 따르면 ‘추정가격이 2000만원 미만일 경우 수의계약, 5000만원 이하(임차)~3억원(종합공사)까지는 지역 업체를 대상으로 한 지명입찰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또 이 범위를 넘어서는 공사나 사업의 경우 공개입찰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지자체가 발주하는 사업임에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기업들의 참여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나 지자체 등은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 대형건설사업 등의 경우 지역기업들과 일정 비율의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지자체 시행사업이 컨소시엄을 만들 만큼 대형사업이 없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국책사업 역시 일부 지역기업과 컨소시엄 형태의 참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책사업이 중앙 대형건설사 등에 몰리면서 지역에서 이뤄지는 국책사업에 지역기업은 아예 참여하지 못하면서 지역경제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같은 지방계약법상의 규정이 단순히 지역기업들의 사업낙찰만 쉽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후관리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 포항시의 경우 지난 2015년 말 포항생활체육야구장 간이전광판 공사를 공개입찰방식으로 공모한 결과 서울업체가 낙찰받아 공사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 전광판은 준공된 지 3년여 만인 지난 3월 전광판을 제어하는 시스템이 고장 났지만 제때 수리를 하지 못하면서 경북과 울산 고교야구팀이 경쟁하는 ‘2019년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상권 B’리그가 2주째 파행을 겪었다. 생활체육야구장을 관리하는 포항시설관리공단은 지난 4월 초 뒤늦게 전광판 고장을 확인하고 수리에 나섰지만 서울에 있는 시공업체와 관련 시스템을 택배로 주고받았지만 결국 수리에 실패했다.

이로 인해 4월 첫째·둘째 주말 열린 6경기 모두 전광판이 꺼진 채 ‘깜깜이’ 경기로 진행되자 학부모들의 원성은 물론 ‘경주나 울산야구장으로 옮기자’는 요구가 봇물 처럼 터졌다.

특히 이 시스템은 제작 당시 시공사가 직접 만든 것이어서 대체품도 없는 처지라 공사 준공 3년여 만에 아예 새로 제작해야 된다는 판단이 내려져 혈세가 빠져나가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 2012년 준공한 포항시 북구 우현동 미군저유소~포항역간 구 철도부지 공원화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된 실개천 LED는 1억원 이상 투입해 만들었지만 1년 여만에 고장으로 인해 가동 중단됐다.

시는 이를 수리하려 했지만 시공사가 부도난 데다 운영시스템 설계도마저 없어 결국 가동 중단시킬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지역 업체가 지자체 공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데는 공직자들의 자세도 한몫한다는 지적이다.

즉 앞서 밝힌 특정 범위 내의 수의·지명입찰 외에도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1조(공사의 성질별·규모별 제한에 따른 입찰)에 따른 입찰참가적격자 선정 및 등록, 42조 3(지방자치단체에 가장 유리하게 입찰한 자에 대한 낙찰자 결정) 등의 규정 등을 준용하면 지역 업체 참여를 넓힐 수 있지만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부담으로 인해 공개입찰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

이와 관련 포항시의 한 공무원은 “지역 업체를 선정할 경우 사후관리 등에 있어 유리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칫 구설수에 오를 경우 공직생활에 지장을 받기 때문에 공개입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직자 역시 “지방계약법상 규정만 따져보더라도 지역 업체를 보다 많이 참여시킬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일이 잘못될 경우 감사대상에 오르는 등의 위험을 안을 수 있어 피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지자체 사업에 지역 업체를 보다 많이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법적 장치부터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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