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끌어안고 장외투쟁 주도, 4·3보선 거치며 리더십 자신감
전통적 지지층 겨냥 '강공 모드'…5·18망언 징계는 솜방망이 지적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그동안 소극적인 모습을 던져버리고 장외투쟁을 주도하면서 보수통합의 시동을 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강행을 계기로 “(더 이상)말로 하지 않겠다. 이제 행동으로 하겠다”며 지난 20일 대규모 광화문 장외투쟁을 주도했다. 이날 집회는 대한애국당 태극기집회와 같은 시간대에 열려 상황에 따라 섞이거나 충돌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당내 목소리가 나왔지만 황 대표가 강하게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황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적극 끌어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공식 요구하는 한편으로, 광화문 장외집회를 하루 앞둔 지난 19일에는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에게 저도 속고 우리 당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표현을 썼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8년 3월 한국당의 전신 한나라당의 공천을 비판하며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한 발언을 떠올리게 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지난 2월 27일 취임 후 공무원 출신 특유의 신중함과 안정성을 보여왔던 황 대표가 야성을 드러내는 대중 정치인으로 변모 중이라고 평가한다.

동시에 2·27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 꼬리표를 의식한 듯 박 전 대통령과 다소 거리를 뒀던 모습에서 ‘박근혜 끌어안기’로 보수통합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 대표가 취임 50여일이 지나는 동안 4·3 보궐선거 등을 거치면서 당 운영과 리더십 구축에 자신감이 붙자, 보수 진영의 리더로서 보수대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해 전통적인 지지층을 겨냥한 ‘강공 모드’를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4·3 보선에서 참패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든 바른미래당이 일부 의원들의 탈당설까지 돌며 내홍에 빠진 상황도 황 대표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20일 광화문 장외집회를 보면 황 대표가 ‘집토끼’ 수성을 통한 보수통합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가능해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을 새긴 깃발이 곳곳에서 등장했고, 이어진 대한애국당 태극기집회에서도 “한국당과 합쳐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친박계 한 의원은 “장외집회 하루 이틀 전 ‘총동원령’을 내렸음에도 수 만 명의 당원과 지지자들이 몰린 것은 향후 보수의 구심점이 황교안임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권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서는‘5·18 망언’의 김순례 최고위원에게 내린 당원권 3개월 정지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등 여러 사안마다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황 대표는 중도·보수의 외연 확장에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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