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강속도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빨라"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가운데 국내 연구기관들도 속속 성장률 전망 하향을 검토하고 있다.

세계경기 둔화 기류 속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통한 내수 부양책만으로는 가라앉는 경기가 쉽게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달 초 경제수정전망 발표를 앞두고 작년 말 내놓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2.6%)을 소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춘성 금융연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투자 등 1분기 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않았던 부분을 고려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도 다음 달 중 수정전망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1월에 내놨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2.6%)를 낮출 것으로 보인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초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에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반등 시기가 늦춰지고 반등 속도도 예상보다 느릴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1월에는 2.6%를 올해 전망치로 내놨지만 현재 지표로는 2.5%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도 성장률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잠재성장률 수준을 낮춰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작년 11월 2.6% 전망치를 내놨던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내달 중 수정 전망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최근 경기인식을 바꾸며 성장률 하향조정을 사실상 예고했다.

KDI는 지난 7일 공개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해 경기진단 표현 수위를 ‘둔화’에서 ‘부진’으로 바꿨다. 경기 여건이 악화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LG경제연구원도 21일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고 올해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3%로 낮춰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앞서 지난 18일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5%로 낮췄다.

외국계 금융사들이 한국경제를 보는 시각은 국내 기관들보다 더 비관적이다.

영국계 시장분석기관인 IHS마킷의 전망치가 1.7%로 가장 비관적이었고,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로 각각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 내놨던 2.6% 성장률 전망을 그대로 유지했다. IMF는 다만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목표(2.6∼2.7%) 달성의 전제조건으로 대규모 추경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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