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영선 편집부
멧돼지들이 먹을 것을 찾아 민가로 내려왔다는 뉴스가 잦아지면, 겨울이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대부분 멧돼지는 사살된다. 총으로 죽이는 건 안타깝지만 몇백㎏이 넘는 멧돼지가 자칫 주민들을 해칠 수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덩치 큰 멧돼지 말고도 고라니 같은 순한 동물들도 국가에서 유해조수로 지정, 관리에 나섰다. 농부들이 땀 흘려 키운 작물들이 고라니 뱃속으로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경북지역에서 최근 3년간 유해조수 피해액이 46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농민들의 시름이 얼마나 클지 짐작된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지자체별로 일정 기간 야생동물 사냥을 허가하기도 하는데, 켜켜이 쌓인 동물의 사체가 떠올라 왠지 마음이 찜찜해진다. 동물들 세계에도 마트가 있다면 좋겠지만, 동화에나 나올법한 얘기고 야생동물들은 들이나 산에서 먹이를 찾아야 한다.

가을철 산은 단풍을 즐기기 위한 등산객들로 북적이는데, 몇몇 사람들은 오며가며 도토리를 주워 가기도 한다. 산에 오른 김에 도토리를 주워 집에 있는 가족들과 맛있는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을 생각에 들뜬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한 켠엔 등산객처럼 보이는 전문 채집 꾼들도 섞여 있다. 실제로 영양군 등에는 일부 등산객들이 산림 속 야생 열매와 약초, 버섯, 희귀식물 등을 싹쓸이해 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에 사는 야생 동물들도 먹을 게 없다. 그들의 입장에선 먹을 걸 뺏기는 게 아닐까.

이건 비단 영양지역의 문제만은 아니라.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에선 언젠가부터 보편적인 문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유해조수의 개체 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개인에게 수렵허가를 주고 잡아 죽이기만 한다면 무차별 포획으로 생태계 질서가 무너질 수 도 있을 것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게 사람 이리지만 이 세상에 사람만 존재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존의 마음가짐이다. 산짐승들이 농가로 내려오기 전에 등산 중 무분별한 식물이나 열매 채집은 삼가야 한다. 각 지자체에서도 사냥을 이용한 유해조수 구제가 단기적인 대책임을 깨닫고 멸종위기 동물이나 산짐승들의 씨가 마르기 전에 사람도 살고 동물도 사는 장기적인 대책을 고민해 봐야 한다.

한편으로 멧돼지 같은 큰 짐승들이 자주 나타나는 곳엔 주민들의 안전과 농작물 피해 예방을 위해 24시간 안전반을 구성하는 등 보다 효율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또 해마다 겨울철이 되면 수렵 총기의 안전관리 미흡으로 사람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고 있어서 관리교육과 법 강화도 필요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