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박에서 핵무장까지 양 극단 오가는 태도 벗어나 냉철하고 냉정한 대응 필요

▲ 윤정대 변호사
나는 북한에 대해 직접적인 경험이 없다. 변호사 업무와 관련하여 탈북자 몇 사람을 만나본 일을 제외하고 북한을 여행한 적도 없고 북한 사람 더구나 북한 권력층 인물은 만나본 적도 없다. 주변에는 평양을 관광한 사람도 있고 무역관계로 북한 고위층 인사와 접촉했다는 친구도 있지만 뉴스를 통해 또는 가끔 책을 통해 북한에 대해 듣고 보고 생각한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이런 간접적인 경험이나 피상적인 관찰만으로도 통일론자들이 내세우는, 북한이 매우 허약한 체제이고 따라서 머지않아 붕괴될 것이라는 주장은 옳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오히려 북한이라는 체제가 조선 왕조처럼 뿌리 깊고 강고(强固)한 형태를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된다. 북한 주민들이 눈물까지 흘리면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게 그들의 표현처럼 '대를 이어 충성하는' 모습이 강요된 것이나 연출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물론이다.

그래서 '통일대박'이라고 말할 때 통일도 의문인데다가 대박이라는 말은 더욱 납득하기 어려웠다. 어느 언론사에서 통일나눔펀드라는 것을 만들어 전 국민을 상대로 용도도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수천억 원의 돈을 모으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북한이 올 들어 네 번째 핵실험을 하고 광명성 4호라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분위기가 통일 대박에서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 배치를 지지하고 핵무장, 북한 궤멸 등의 대결로 급변했다. 한때는 잘못 헤어진 부부처럼 다시 만나야 한다고 말하다가 지금은 또다시 이웃에 행패를 부리는 동네 불량배나 조폭인 것처럼 말한다.

왜 통일대박에서 핵무장 대결까지 극단적인 인식으로만 북한이 존재하는 걸까. 그것은 우리가 오로지 북한을 통일의 대상으로만 규정하는 데서 북한의 실체를 제대로 보지 않거나 보지 못하는 잘못에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우리가 인정하던 인정하지 않던 우리처럼 하나의 국가로서의 실체를 가지고 있다. 그 인구도 2천만 명이 훨씬 넘는다. 이러한 북한의 실체는 우리 헌법의 규정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분단 70년을 거치면서 북한은 단순히 사회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체제라는 차이를 넘어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나라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통일론자들은 북한과의 통일을 말할 때 동독을 예로 든다. 동독이 서독에 통합된 것과 같이 언젠가는 북한도 한국에 통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남북한과 동서독이 미국과 소련에 의해 분단된 과정은 같다. 그러나 분단 전의 북한과 동독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 동독은 1919년부터 민주공화국 정치체제인 바이마르 공화국을 거쳤다. 따라서 동독 사람들은 적어도 의회 민주주의를 경험한 상태에서 분단되었으므로 공산주의 체제 아래서도 최소한 민주적인 정치 형태를 요구할 수 있었고 이는 서독과의 통일을 가져오는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북한은 조선왕조에서 곧장 일제의 식민지배로 받다가 분단됐다. 북한 사람들은 민주주의 정치체제에 대해 경험하지 못한 상태에서 김일성 일가의 왕조지배체제에 놓였다. 북한이 내부에서 민주적인 의사를 모아 한국과 통합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이유이다.

이제 우리는 북한을 통일 대상으로만 보는 감상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북한을 이웃나라로 인정하고 그에 따라 냉정하게 대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웃나라에게 지나치게 기대하거나 자극하거나 지원하는 것은 온당한 행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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