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대학 신입생 되는 딸 지식과 많은 경험 쌓으며 더 나은 사회 만들어 가길

▲ 윤정대 변호사
"이렇게 고등한 동물이 어떻게 생겨난 거지?"

차의 뒷좌석에 앉아 있던 첫째 딸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그러자 아내는 딸에게 "하느님이 만드신 거지"라고 말했다. 딸은 "에이~ 무슨 소리야~"라며 일축한다.

올 3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는 딸은 요즘 스스로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자신에 대한 신뢰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간에 대한 '고등한 동물'이라는 말은 그래서 한 말일 것이다.

딸은 수시발표가 난 이후 한마디로 기분이 업(up)된 상태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외출해서 친구들을 만나고 또 만났다. 이것저것 사달라고 요구한 옷을 입고 친구들과 어울리다 밤늦게 집에 들어와서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게으름을 피운다. 딸의 책상 위는 책들이 모두 사라지고 온갖 종류의 화장품들이 점령했다. 아내는 딸이 화장 시간도 길고 화장솜씨도 자기보다 좋은 것 같다고 놀랐다.

하지만 우리는 딸에게 뭐라고 하지 못한다. 지난 3년 동안 딸아이는 스스로 열심히 공부했고 그 결과 우리 부부에게 기쁨의 눈물(?)까지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이 너무 노는 것 같아 걱정이 된 나는 은근슬쩍 딸에게 묻는다. "실컷 놀았으니 노는 것도 이제 지겹지?" 그러나 딸로부터 "뭔 소리야? 아직 다 놀지도 못 했는데"라는 핀잔을 듣는다. 딸에게 친구들과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물었더니 딸은 "뭐 다 하는 이야기지~"라고 답한다. "다 하는 이야기가 뭐냐"고 하자 "아무 이야기, 그리고 다음에 또 만나자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이 고등한 딸을 위해 우리 부부는 얼마 전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가야 했다. 딸이 들어간 대학에서 입학식 보름 전에 발표한 기숙사 추첨 결과가 긴 대기자 번호였기 때문이다. 담당자는 발표 후에야 차분하게 '기숙사 경쟁률은 매년 2대1 정도 된다'고 귀띔했다.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가운데 대학 주변 중개소를 돌아다닌 끝에 가까스로 그나마 마음에 드는 방을 구할 수 있었다. 아내는 자녀가 네 명인데 기숙사에 떨어졌다며 속상해했다. 딸이 혼자 지내야 하는데다가 월세가 만만찮았다. 괜찮은 방은 한 달 월세에 관리비까지 합하면 한 학기 기숙사비를 훨씬 넘었다. 밥솥과 청소기, 침대 매트, 생활용품까지 챙겨야 할 것도 적지 않았다.

아내는 힘이 들자 딸에게 짜증을 냈고 딸은 아내에게 "기숙사에 떨어진 것이 내 잘못도 아닌데 왜 그래?"라고 대들었다. 딸은 다자녀 장학금도 신청했지만 아버지 소득이 8분위를 넘기 때문에 모두 거부됐다고 불평했다. 인터넷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 안내란에는 자녀수와 상관없이 한 달 소득이 8분위를 넘어서면 장학금을 신청조차 할 수 없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딸을 대학 보내는 데 아무리 돈이 많이 들더라도 세상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돈을 버는 보람을 느낀다.

딸은 대학에서 열심히 지식을 쌓고 사람들과 교류할 것이다. 나는 딸이 지금처럼 자신과 더불어 사람에 대해 사랑과 믿음을 지켜나가기를 희망한다. 세상이 때로는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흔들리고 무너지고 고통 받더라도 고등한 인간으로서 마침내 세상을 조화롭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곳으로 만드는 데 함께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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