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일 바로 코앞에 다가와 선거가 정치판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란 것 새삼 깨달아
먼저 새누리당에서 서슬 퍼런 배신의 정치심판론은 온데간데없어졌다. 공천권을 안하무인 마음대로 휘두르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꼬리마저 감췄다. 이한구 위원장의 전횡에 맞선 김무성 대표의 옥새파동이 '어부바'로 반전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지역구의 민심이나 여론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진박(?)이라는 이유로 아무나 돌려 꽂고, 대통령에 대한 충성만을 내세우는 진박(眞朴) 마케팅도 사라졌다. 거꾸로 진박을 자처하던 대구 새누리당 후보들은 길거리에서 "새누리당이 잘못했다. 오만하고 시민을 무시했다"며 무릎을 꿇었다.
대구·경북 국회의원은 무조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며 국회의원을 대통령의 수족으로 줄기차게 희화화(戱畵化)하면서 비박 공격에 앞장선 최경환 새누리당 대구·경북공동선대위원장도 다시는 진박 이야기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자신이 지지자들에게만 통할 만한 수준 낮은 정치 코미디를 계속 해서 많은 사람들을 눈살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는 가차 없는 기준을 적용하면서도 스스로에 대해서는 관대한 더민주당의 김종인 비상대책위대표는 지나친 자신감 탓인지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두는 바람에 현 정부에 대한 경제심판론의 불길을 제대로 지피지 못했다. 반면에 그간 실패를 거듭해온 문제인 대표는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감싸고 나섬으로써 포용력을 보여줬다.
우리 정치판에서 누구보다도 상대방이나 상대당에 대해 신랄하고 공격적이며 찬바람 도는 말을 잘도 던지는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도 아니고 김종인 비대위대표도 아닌 뜻밖에도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안철수 대표의 말은 상당히 호소력을 지닌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가 탈권위적인데다가 목소리마저 여성적인 점도 작용하는 것 같다. 안철수 대표의 3당론에 대해 야권연대를 주장하며 자기 몫을 챙기려던 김한길 의원은 안철수 대표의 3당론이 국민의당의 등판 이유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 했다.
선거운동은 민심을 얻는 과정이며 선거결과는 민심의 반영이다. 민심은 유권자들의 생각의 결과물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국회의원 선거결과가 꼭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제한된 후보에 대해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선택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좋은데 당이 싫을 수도 있고 누가 진실하고 소신 있는 사람인지 알기에는 시간과 정보가 턱없이 부족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 후보들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이틀 남은 선거운동기간에도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다. 13일 선거결과 누가 당선되고 누가 떨어지더라도 그것은 평생 자격증이 아니라 4년간 일할 수 있는 신분증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 당선자나 낙선자나 모두 선거 다음날 산으로 봄나들이를 나서면 어떨까. 휘날리는 꽃잎을 보며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서 말이다. 삶이란 한나절 봄나들이 아닌가.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