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은 직할부대 아닌 동반자 야당과 국회는 정치 파트너 타협·협상의 민주적 리더십 필요

한 여론조사업체가 25일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31.4%다. 문제는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두 배 이상인 63.5%로 나타난 것이다.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31.5%, 새누리당 28.1%, 국민의당 23.7%, 정의당 8.5%.

이쯤 되면 비상이 걸려야 하는데 여권은 의외로 잠잠하다. 여야 모두 4·13 총선 투표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민의와 멀어지는 정당병(病)이 도지고 있다. 국가 미래 구상으로 밤잠을 설쳐야 할 시간에 당권을 잡기 위해 싸움질을 시작하려고 몸을 풀고 있다.

총선 민심으로 돌아가 보자. "일당 독점을 여야 경쟁구도로 바꾸어야 대구가 발전한다"(김형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가슴이 먹먹해서 무슨 말씀부터 드려야 할지…"(안상규벌꿀 대표). 4·13 총선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휴대전화 문자 질문에 대한 답신이다.

20대 총선은 바꿔야겠다는 민심이 표출했다. 더민주 123, 새누리당 122, 국민의당 38, 정의당 6석. 야당이 분열한 선거에서 여당의 제2당 전락은 제헌 국회 이래 초유다. 대통령은 국회(야당)심판을 요구했는데 국민은 정부여당을 심판한 것이다. 대구는 야권 후보가 2석을 얻는 이변이 일어났다. 정당 지지는 새누리당에 53%(과거 60% 득표), 야당들에게 33%를 줬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선거기간 중 미(未)계몽시대의 보여주기 운동방식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특히 '진박감별사'를 자임, 진박후보가 누구인지 가르쳐 주겠다는 것은 시민 모독죄 수준으로 총선 패배의 기폭제로 기여(?)했다. 김부겸 당선자는 개혁성향의 정통야당으로서는 '87체제' 아래 대구·경북(TK)에서 1996년 민주당 권오을(안동) 이후 20년만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대구에서는 28년만). 부산·경남(PK)은 34석 중 김영춘 등 9명의 야권 당선자가 나왔다(19대 총선 3석). 두 주인공 김부겸, 김영춘은 한나라당의 개혁을 위해 몸부림치다 뛰쳐나온 '독수리 5형제'다. 국민은 험한 지대에서 상처를 입어도 굴하지 않는 신념의 소유자에게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의원내각제의 경우 총선 실패는 정권을 잃지만, 대통령중심제에서도 입법권의 주도권을 상실한다. 대대적 인적·정책적 쇄신으로 다시 출발해야 함은 정치 초보자도 안다. 쇄신은 초야에 묻힌 인물이나 정권에 비판적 인물을 요직에 앉힐 때 효과가 난다. 여권내 비박계는 물론, 야권의 합리적인 중도주의자들을 거국내각에 참여시키는 유연성을 발휘하면 어떨까 싶다. 3공화국 시절 민중당은 제1야당인데도 학자 유진오를 대통령 후보와 신민당 대표로 뽑는 파격을 선택했다. 수출로 일어선 나라가 수출이 내리막길이고, 고도성장을 하던 나라가 지난해 2.6%성장에 그쳤고, 북한 핵 위기로 안보가 흔들리고, 청년실업, 전셋값 폭등 등 경제 실정(失政)에 대한 국민 분노가 인내의 선을 넘어서고 있다. 거기에다 여소야대로 정국 불안정이 예측된다. 위기의 정국을 '환국(換局)'할 묘수는 없을까. 박 대통령은 한마디로 역대 대통령 중 보기 드문 '애국주의자'다. 애국주의자에게 무엇을 더 채워야 할까. 여당은 대통령과 협업하는 동반자이고, 야당과 국회는 정부의 정치파트너라는 민주적 리더십이다. 거버넌스(협치)체제까지는 아닐지라도 타협과 협상으로 의회민주주의와 정치의 복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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