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좋기는 하지만 집착은 사람을 불안·피곤하게 해 돈과 적당한 거리 둬야 평온

서울의 법원에 근무하다가 고향인 대구로 근무지를 바꿔 내려온 판사 한 분은 사석에서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서울 사람들은 너무 돈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법조인들까지 돈을 밝히니까 서울에서는 사람 만나기가 싫어요. 그런데 대구에 내려와 보니 서울과는 너무 분위기가 달라요. 사람들도 그렇고 변호사들도 소박한 것 같아 만나도 마음이 편해요. 가족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대구에서 지내고 싶어요."

서울 사람들은 돈에 있어서는 대구 사람보다 훨씬 단위도 높고 계산이 빠른 것은 틀림없다. 그것이 부정한 거래든 정당한 거래든 말이다. 변호사 업계에서도 서울 변호사들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엄청난 수임료를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한 이혼사건에서 대구에서 변호사를 수임한 쪽은 착수금으로 불과 300만원을 지급했으나 서울 유명 로펌을 찾은 상대방은 착수금만으로도 1억1천만원을 지급했다. 그렇다고 소송 결과가 낫다고 할 수도 없었다. 형사사건 착수금도 대구보다 수십 배로 튀어서 서울에서 수억원으로 바뀐 일도 적지 않다. 대구 공군 비행장 전투기 소음배상소송으로 300억원 이상을 챙긴 변호사도 서울 변호사이다.

변호사뿐만 아니다. 게임회사의 주식을 매도해서 시세 차익으로 120억원을 얻은 서울의 검사장급 검사도 있었다. 이 검사장은 주식을 뇌물로 받은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일자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사표수리가 보류된 채 뇌물 수수 혐의로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은 기본적으로 땅값부터 비싸다. 재력가나 자본가도 적지 않다. 물가도 당연히 비싸다. 돈만 주면 고가의 물건이나 서비스도 제공받을 수 있다. 돈의 양(量)이 삶의 질을 극단적으로 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는 상대적인 빈곤감에 돈에 대해 더욱 악착같이 매달리게 되고 돈 액수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상적으로 일을 해서 부를 쌓기는 어디서나 어렵다. 따라서 돈에 혈안이 된 사람들은 편법과 탈법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자연히 부패와 한탕주의에 물든다. 법조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수십억 거액 수임료와 로비의혹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부장판사 출신의 최 변호사는 내가 아는 사람이다. 체구가 자그마한 최 변호사는 재기발랄한데다가 감성도 매우 풍부해서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썼다. 그는 판사로 있으면서도 따뜻하고도 솔직한 마음을 담은 글을 써 법원 내부 소식지인 '법원사람들'의 문예상을 받기도 했다.

그가 문예대상을 받은 글 속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고 한다. "하나님이 네게 자랑할 만한 부모님이나 많은 돈을 주시지는 않았지만 네가 이렇게 말썽을 부려도 지켜봐 주시는 보호자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건강한 몸을 주셨다. 돈보다 훨씬 더 귀한 것을 네가 가졌다는 것을 잊지 마라. 너는 부자다."

그런 그가 수십억 원의 보수를 지급하겠다는 졸부나 사기꾼과 전문 브로커에 휘말려 변호사로서 거액 수임료 논란의 덫에 빠진 것이 안타깝다.

돈과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돈이 좋기는 하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마음까지 평온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돈에 대한 집착은 사람을 피곤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서울 사람들을 보면 뭔가 불안하게 보인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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