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연계효과 더욱 커져 경쟁력 갖춘 국가 좋은 기회 해외 순방 국부 증진시키는 용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이란을 방문했다. 이란은 박 대통령가(家)의 운명과 무관하지 않다. 1979년 고도성장 후 경기 침체는 고통이 커 부마사태(부산 마산의 대규모 반정부 민주화 시위)로 박정희 정권의 종말을 가져왔다. 이란의 혁명정부가 석유를 감산하여 일어난 오일쇼크의 영향이다.

박 대통령이 국내보다 국외에 눈을 돌리고 있다. 현재까지 해외 순방은 30회. 앞으로 이명박의 49회를 넘어서지 않을까 예측된다. 1987년 민주정부 이후 노태우 10회, 김영삼 14회, 김대중 23회, 노무현 27회, 이명박 49회다. 일각에서 비판이 있지만 정부 수반의 순방 외교는 당연히 필요하다. 60~80년대 한국을 비롯한 홍콩, 싱가포르, 타이완 등 신흥공업국(NICS)들의 평균 7~8% 고도성장은 해외시장 개척에 힘입었다. 스페인 포루투칼은 16세기 해외로 눈을 돌려 세계 부국이 됐다. 영국은 세계화로 한 때 인도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를 식민지 경영했다.

오늘 우리가 즐겨 사먹는 국산 과일 값의 등락은 FTA의 영향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해 12월 발효돼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 중국 등 3대 경제 거대시장과 FTA를 체결했다. FTA를 놓고 국내 정파는 논쟁을 한다. 야당은 국내 산업이 죽는다고 엄살이고, 정부 여당은 그것만이 살 길이라고 호들갑을 떨어 국민은 헷갈린다. 레스터 서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교수는 세계화가 절대적인 빈곤을 퇴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세계화는 국가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의 초기 경제발전은 재무부 장관 에어런 버와의 결투로 재미(?)있게 죽은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해밀턴의 보호무역주의의 결과이고, 싱가포르의 2015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3천224$(한국은 2만7천226$)라는 놀라운 풍요는 무역의존도 200%의 자유무역 국가 덕택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경제의 연계효과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할리우드는 세계 각국 이민자 출신 배우들이 장악했고, 미국 유수 대학 학생의 30~40%는 외국인이고, 유럽의 축구는 아프리카 골목까지 누비는 국제 스포츠이다.

정답은 무엇인가. 두 국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경우 경쟁력이 있는 국가가 유리하다. 따라서 경쟁하기가 겁나서 FTA를 회피해서도 안되고, FTA맺었다고 다 우호적인 시장이 열리는 것도 아니다. 경쟁력을 갖춘 국가, 기업, 개인에겐 분명 좋은 기회이지만, 나머지는 아니다. 18, 19세기 인도 면직이 영국 면직물에 밀린 것이 대표적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무대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나약해서는 안 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박대통령이 바깥으로 가는 까닭도 국부를 증진시켜보려는 용기로 봐야한다. '신곡'과 '실낙원'에 영감을 준 '아에네이드'로 유명한 로마의 버질은 운명에 끌려 다니는 주인공 아이네아스를 통해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질타했다. "세계는 우리 의사에 관계없이 흘러가고, 용감하게 게임에 뛰어든 사람도 패배할 수 있다. 그러나 용감하게 뛰어들지 못한 사람들은 분명 패배하고 말 것이다. 운명은 용기 있는 자를 좋아한다(Fortune Favors the Bold)." 로마의 영광에 매료된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불후의 명저 '군주론'에서 구체화한 '비루투(덕)'와 '포르투나(운)'의 원형이다. 응전과 모험을 좋아하는 자들의 금과옥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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