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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한 수필가
‘나’라는 생명체가 엄마 뱃속에서 세상에 나왔고, 존재하기에 세상을 알고 살아간다. 내가 있기에 네가 있고, 우리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지구 상에 없다면 모두가 소용없다. 풍전등화 같은 세상에 촛불처럼 버티며 살아있는 생명이 무엇보다도 고귀하니 몸을 조심스레 다루고 소중히 관리하자.

지난번 TV에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란 프로를 보았다. 태어나자마자 성장이 멈춘 인도의 아기처럼 작은 15살 여중생 죠티 키 58cm에 몸무게 5.5kg으로 왜소하다. 비록 호르몬 이상으로 몸은 더 자라지는 않지만 예뻐지려고 거울도 보고 화장도 하는명랑하게 사는 죠티를 보면서 생명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

두 다리를 잃은 채 살아온 40여 년의 세월을 양손으로 일궈 낸 기적같이 삶을 사는 우리나라 시골 마을 외양간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73세 된 할아버지는 무슨 영문인지 계속 앉아서 일한다. 한참 후 모습을 드러낸 할아버지의 몸은 하반신이 없는 상태였다.

할아버지의 두 팔로 키웠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축사 안의 열한 마리 소들은 반질반질 윤이 날 정도다. 두 팔로 두 다리까지 대신해야 하기에 남들보다 수십 배의 정성을 다하는 할아버지. 38년 전만 하더라도 누구보다 건강하던 할아버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발목의 통증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하기에 이르렀고 4년 뒤엔 병이 악화되어 나머지 다리마저 잃고 말았다.

결혼 6년 만에 일어난 청천벽력 같은 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오랜 세월 그를 믿고 따라준 아내가 있었기에 할아버지는 버틸 수 있었다고 한다. 40여 년의 긴 세월 동안 두 발을 대신하느라 발바닥처럼 굳은살이 배긴 두 손. 두 다리 대신 양손으로 일궈낸 기적 같은 삶이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살아보니 훤칠한 키, 건강한 오장육부에 돈과 명예도 누린 분이 검찰 조사받다가 또는 우울증으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안타까운 사연이 잊을만하면 보도되고 주위에도 더러 있어 남은 가족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세상에는 보고, 듣고, 말도 못하고 다리와 척추를 다쳐 훨체어를 타며 눈물겨운 삶도 긍정적이고 웃음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멀쩡하던 사람이 자신의 몸을 학대하여 세상을 등지는 행위는 잘못 대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성당이나 교회 사찰에 가면 촛불을 켜고 기도를 한다. 촛불은 주위에 광명을 주며 세상에 빛과 소금의 역할도 한다. 자신은 물론 남을 위해서 자신을 태우기 때문이다. 세상에 모두가 이런 마음과 자세로 살아간다면 보다 명랑한 사회가 될 것이다.

사기꾼이 들끓고 입만 열만 거짓말로 각종 비리를 일으키고 이권에 개입 한탕 챙기려는 권력층의 높은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망각하는 요즘 세태를 보면서 청렴 법인 김영란법도 무색할 정도로 속수무책이다. 양심에 따라 살고 남을 위해서 나 자신도 태울 수 있는 촛불처럼 희생과 봉사 정신이 혼탁한 이 시대를 선진 한국으로 끌고 갈 십자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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