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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한 변호사
검찰이 최순실 등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를 하며 사상 처음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대통령은 율사(律士)들의 호위를 받으며 “법대로 해 보자”는 식의 진지전(陣地戰)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껏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던 검찰에 대하여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 된다’는 비난까지 퍼붓고 있다. 국회가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등으로 압박하여도 국방부를 앞세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려고 달려든다. 교육부는 국정역사교과서 시안 검토 일정을 강행하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국민도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지 않은가? 이제 대통령을 그 직에서 강제로 물러나게 할 수밖에 없다.

국회는 이제야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압도적인 찬성으로 소추안이 의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신속하게 결정할 것을 기대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다. 그러나 무기명투표로 이루어지는 탄핵소추의결에서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거나 헌법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게 되는 일이 절대 없으리라 안심하기는 어렵다. 청와대의 뜻밖의 당당한 기세를 보면 더더욱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쾌한 마음까지 든다. 탄핵 소추 의결 이전에 새로운 국무총리를 정하여야 한다는 일리 있는 이견(異見)도 상존한다.

‘대통령 즉각 퇴진’을 원하는 국민의 의사에 가장 부합하는 해결책을 생각해 보았다. ‘헌법제정권력은 오로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이론 기초에 충실한 방법이다. 바로 임기 단축용 원 포인트 개헌이 정답이다. 우리 헌법 제128조 제2항을 보자.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조항은 현직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전복(顚覆)적 사고가 종종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된다. 바로 지금 이 조항을 뒤집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헌법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도 효력이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발의 요건은 헌법개정안 발의 요건과 같다(재적 과반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 요건은 헌법개정안 의결 요건과 같다(재적 3분의 2 이상). 다만, 탄핵소추의결은 무기명투표지만 개헌안 의결은 기명투표다. 탄핵소추의결에 반대한 의원을 알 수는 없지만,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안에 반대한 의원은 빤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음 총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는 어느 국회의원이 이에 반대할 수 있을 것인가. 개헌안으로는, 헌법 제70조 대통령 임기규정 다음에다 ‘다만, 이 헌법 개정안 제안 당시의 대통령의 임기는 국민투표로 개헌안이 확정될 때에 만료된다’를 붙이고, 헌법 제71조 권한대행규정 다음에는 ‘다만, 이 헌법 개정안 제안 당시의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할 자는 헌법 개정안 제안 당시의 국회의장이 지정한다’를 붙여주면 된다. 정말 간단하지 않은가. 이렇게 대통령을 물러나게 한 다음에, 국민들로서는 이후의 대통령 선거 과정을 특검의 수사결과발표와 함께 한 발 물러서서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지켜보면 된다.

20일이라는 필수적 개헌안 공고 기간 이후에 곧바로 국회의결(기명투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대통령을 깔끔하게 물러나게 할 수 있다. 국민투표로 확정한 헌법이니 누구도 위헌시비를 걸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내년 2월 하순쯤이면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새로 뽑은, 새로운 대통령의 임기를 2017년 삼일절 98주년부터 시작하게 하는 것도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는 차원에서 참으로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바로 이런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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