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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내 가족이 사는 아파트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성당에 일주일에 두서너 차례 미사와 기도 하러 오간다. 성당 앞 도로는 6차선대로이며 도로 위는 도시철도 3호선이 지나고 있다. 대구에서 오래된 성당으로 많은 신자가 대부분 노인이다.

성당 정문과 후문이 대로를 접하고 있어 가까운 곳에는 걸어서 왕래를 하나 대부분 차량이 정문으로 들어와서 후문으로 나가는데 성당 마당이 좁아 오갈 때 사람과 차량이 뒤범벅돼 봉사자들이 교통정리를 해도 항상 위험을 따른다. 해마다 들어가고 나가다가 인명사고와 차량충돌로 신부님이 자나 깨나 오갈 때 차 조심 하라고 신신당부 당부하신다.

제한속도가 60km로 되어 있지만 도로가 곧고 대로라서 차량이 지나가면 지반이 흔들릴 정도이며 새벽이나 야간에는 차량이 경주하듯이 달리니 몸이 둔한 교통약자들이 횡단보도 건너기가 두렵고 과속하는 차량에 항상 긴장된다. 그리고 성당에 차량 들어가고, 나오려면 과속차량 때문에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어서 진땀을 뺀다. 서둘거나 성질 급하면 사고 나기 딱 맞기 때문이다.

신부님은 천천히 느긋하게 운전하라고 당부하지만 질주하는 차량이 흐름에 지장 준다고 빨리 들어가고 빨리 나오라고 경적을 눌러대니 놀래고 당황스럽다고 한다.

성당뿐만 아니라 대구는 대도시이지만 생산기반이 열악하고 오래된 도시로 시골처럼 노인들이 많다. 도심의 산책코스 신천이나 공원, 쉼터, 반월당 지하 중앙광장에는 노인 천국이다.

지난 일요일 성당에 미사하고 나오는데 성당 앞 입구 도로바닥에 ‘노인보호구역’이라는 큼직한 흰 글자가 눈에 보인다. 반갑고 벌써 해야 했는데 하면서도 이제라도 교통약자를 보호하는 시책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도 주문하고 싶다.

초등학교 부근에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시속 30km 제한속도라고 많이 보아서 알고 있는데 같은 교통약자이면서 ‘노인보호구역(실버존)’은 법을 만든 지가 10년이 돼 가지만 생소하고 노인 천국인 대구시 내 도로에서 ‘노인보호구역’이 있는지도 몰랐다.

내 고향 삼백의 고장 상주시 내에도 성당이 4개나 된다. 시골이므로 더러 허리가 굽어 빈 유모차에 몸을 의지하는 성당에 오는 할머니와 걸음걸이가 느린 노인들이 대부분 신자이기에 교통약자를 보호하는 표시나 시설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잘살게 된 것은 노인세대가 젊은 시절에 피땀 흘려 조국 근대화의 기수로서 역할과 소임을 완수했기에 후손들이 대대로 호강한다는 생각에 감사드린다. 자라나는 어린이와 항상 수고하는 부모 뻘 되는 어르신 세대의 안전과 보호에 신경 쓰는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비용도 들여야 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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