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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한 변호사
국정조사 청문회를 보면서 종종 분통을 터트리게 된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뻔뻔한 증인들 때문만이 아니다. 일부 청문위원들이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있다. 권력을 위임한 국민의 의사를 깡그리 무시하는 그러한 국회의원들을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그냥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는 현실을 바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장 자끄 루소는 일찍이 “영국 국민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데, 한참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이 자유로울 수 있는 건 단지 의회 구성원을 뽑는 선거 기간뿐이다. 일단 의원들이 선출되는 즉시 영국 국민은 노예가 되어버린다.”라고 설파하였다. 영국 국민 역시 선출한 의원들을 다시 강제로 끌어내리는 법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우리 헌법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국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 조항만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Recall)를 법률로서 도입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우리 헌법과 법률상, 국회의원은 탄핵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그 대신 국회가 자율적으로 의원의 자격을 심사하며, 의원을 징계할 수 있고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제명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일개 국회의원을 청문위원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에도 진을 다 빼고 말았던 우리 국회의 민낯을 낱낱이 보고 말았다.

주권자인 국민이 국가의사·정책 등을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의자를 선출해 국민을 대신해 국가의사ㆍ정책 등을 결정하게 하는 통치구조의 구성원리를 ‘대의제(代議制)’라고 부른다. 물론 우리 헌법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대의자는 ‘국민의 의사를 대신’하여야 할 자일뿐이다. 그들의 정치적 행동은 반드시 국민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 대의제라는 것을 자기 편의대로 해석해 일단 국회의원으로 선출되면 지역주민들의 의사를 고려할 필요 없이 자유재량에 따라 국회의원으로서는 권력을 마음껏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이 누군지 이번에 우리 국민은 똑똑히 보게 되었다. 그들을 임기 만료 이전에 공직에서 몰아낼 방법을 고안해 두지 않고 있는 것은 국민에 의한 통치(피치자에 의한 통치)를 기본으로 하여야 할 민주주의의 본질과도 맞지 않는 일이라 생각된다. 국민은 정치소비자들이다. 정치소비자들은 리콜(Recall, 국민소환제)을 원한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을 가칭 ‘국민소환법’으로 통합, 확장하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국민은 자신들이 잘못 뽑은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며 연말에도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이 직접 투표로 뽑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국민이 요구하면 그들이 잘못한 투표를 스스로 바로 잡을 기회를 보장하여야 한다. 이것이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것을 확인 받을 수 있는 길이다. 모든 “선출직 공직자”를 리콜(소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최근 지방법원장이나 지방검찰청장, 지방경찰청장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도록 하자는 제안들이 있다. 이 제안들도 그들에 대한 국민소환제 보장과 반드시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소환 투표를 실시하기 위한 요건(서명 요건)과 국민소환 성립요건(유효투표정족수)을 대폭 낮추어 실질적으로 선출직 공무원들이 파면되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민은 선거 때만 길바닥에서 큰절하는 정치인들을 더 이상 두고 보고 싶지 않다.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에도 항상 파면당하지 않으려고 온갖 애를 쓰는 우리의 공복(公僕)들을, 준엄한 감시의 눈으로 살펴보면서 명실상부하게 그들을 종처럼 부리고 싶다. 국민이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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