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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아이들의 생각은 참 엉뚱합니다. 어른들이 보는 기준에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감추거나 꾸미거나 위장하지를 못할 따름인데,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의 생각을 기발하다고, 재미있다고, 엉뚱하다고 좋아합니다. 어른들은 도저히 할 수 없는 생각을 하는 것이 아이들이고 그것을 부러워하는 것은 어른들입니다.

아이들에게 질문하면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대답합니다. “술에 취하여 거리에서 큰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의 추태를 부리는 것을 사자성어로 무엇이라고 하나요?”라고 선생님이 물으시면서 칠판에 ‘( ) ( ) ( ) 가’라고 적으셨습니다. 선생님이 원하는 답은 당연히 ‘(고)(성)(방)가’인데, ‘(아)(빠)(인)가’ 라고 당당히 적을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이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불행한 일이 거듭 겹침’이란 사자성어는?’하고 묻는 질문에 ‘설(사)가(또)’라고 기상천외한 답변을 하니 얼마나 귀엽고 엉뚱합니까? (어른들은 당연히 ‘설(상)가(상)’이라고 답을 할 것입니다. 그것 밖에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어른들은 아무리 머리를 짜내고 고민하고 꾸며내려 해도 이런 대답을 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 이유는 어른들은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순진함과 솔직함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어른의 생각이 너무 순수하거나 순진하다면 조금은 덜떨어진 사람으로 오인 받기 충분합니다. 왜냐하면, 어른이 되려면 자신을 잘 감추거나 그럴듯하게 꾸미거나 돌려막기를 잘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속마음을 바로 표현하지 않고 적당히 방어하면서 자기 마음을 보호하는 방법을 ‘자아의 방어기전’이라고 합니다. 어른이 돼 간다는 것은 불행하게도 자신만의 이런 독특한 방어기전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방어기전은 갑자기 형성되는 것도 아니며 쉽게 바뀌는 것도 아닙니다. 이 방어기전은 그 사람의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하며 특징적이고 자신을 지배하는 틀이 됩니다. 이 방어기전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며, 오랜 시간 동안 굳어져 온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방어기전은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남의 눈에는 잘 보이며, 만약 누군가가 그것을 지적한다면 이유 없이 화가 나지만 반대로 남의 것은 기꺼이 지적하고 싶어 안달합니다.

이런 방어기전들의 특성에 따라 어른들은 성격이 다르고 개성이 다르고 문제가 있을 때 반응하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이솝 우화에 유명한 여우와 신포도 얘기가 있습니다. 여우가 길을 가다가 높은 곳에 달려 있는 포도송이를 보았으며, 그 포도를 먹고 싶었으며, 그러나 다리가 짧아 높은 곳까지 뛸 수가 없었으며, 여우의 내면은 상처받았지만 여우는 “저 포도는 분명히 실 거야” 하고는 스스로 포기해 버립니다. 여우는 ‘합리화’라고 하는 방어기전을 사용한 것입니다. 이렇듯 방어기전들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며 수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마음의 갈등 해결 방법입니다.

방어기전 중에 어떤 것들은 아주 병적이거나 미성숙한 것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병적이고 미성숙한 방어기전을 사용하는 어른들은 미성숙하고 병적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화병이나 우울증 같은 병들도 이런 미성숙하고 병적인 방어기전들과 관련 있습니다. 반대로 건강한 방어기전들도 있습니다. 만약 무엇인가 부숴버리고 파괴하고 싶은 공격 본능이 있었는데 그것을 잘 승화시켜서 야구선수나 권투 선수가 됐다면, 이는 매우 건강한 방어기전을 사용한 것입니다. 바람직하지요.

어른들은 마음의 갈등이 생길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만의 독특한 방어기전을 사용해 자기를 방어합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처럼 순수하고 꾸밈없이 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어른’이라는 말은 이미 아이 같은 생각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의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음의 병은 어른들에게 오는 병입니다.
 

곽호순병원 원장
조현석 기자 cho@kyongbuk.com

디지털국장입니다. 인터넷신문과 영상뉴스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제보 010-5811-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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