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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술 동국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역학조사는 질병 발생이 유행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유행이라면 질병의 확산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이다. 이를 위해 질병의 원인을 밝히고 그 감염원과 전파경로를 파악해야 한다. 과거 구제역 발생 시 황사에 의한다고 황사가 올 때 가축농장을 중심으로 소독한 적이 있으나 전문가들은 구제역과 황사는 관련이 거의 없고 잘못 판단해 대처한다면 언젠가 대재앙이 올 것으로고 예측하였는데 2010~2011년 구제역 대재앙이 오고 말았다. 잘못된 역학조사의 결과에 따라 대응한 탓이다. 정확한 역학조사가 중요한 이유이다. 역학조사를 잘하기 위해 여러 가지 요건이 구비돼야 하지만 모든 요건이 완벽하게 구비되기는 어렵다.

역학조사는 실험실 검사도 하지만 주로 발생한 환자의 진술 또는 설문조사에 의존해야 한다. 개인의 진술은 모든 진술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첫째, 아예 만나기를 기피한다. 응답을 위해 경찰을 동원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둘째, 자신에게 피해가 간다면 대부분 거짓말을 한다. 취조하듯이 물어도 작심하고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셋째, 잘못 알고 있는 경우이다. 전갱이와 정어리를 잘 구별할 수 있을까? 저자도 전갱이와 정어리를 구별하지 못한다. 넷째,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이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감소한다. 횟집에 가도 기억이 나지 않아 가지 않았다고 응답하고 후에 횟집에 갔었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다섯째, 방언·부정확한 발음 등으로 잘못 알아듣는 경우이다. 그래서 중요한 진술은 추가로 확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질문하고 반복적으로 질문한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진술은 서로 격리해 개별적으로 묻는 것이 효과적이다.

역학조사는 대부분 역학조사관이 하며, 갑자기 많은 환자가 발생하면 역학조사관은 턱없이 부족할 수 있다. 호흡기질환이 발생한 경우에는 개인 방호복을 착용한 상태에서 조사해 의사 전달이 힘들고 자신의 감염이 걱정되기도 한다. 자신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면 처자식이 걱정돼 집에 가기 두려워 외부에서 지내야 한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의무감으로 뭉쳐 있다고 해도 화가 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메르스가 발생하였을 때는 CCTV, 개인카드, 휴대전화 추적 등 여러 방법을 사용했다. 메르스 이후 환자의 카드결제 이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정밀한 역학조사가 가능해졌지만, 카드 결제 이력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며, 이와 함께 행정 처리할 내용도 많아졌다. 역학조사는 정리해 분석하고 미비점을 보완하면서 이루어져야 하는데 국민 알 권리를 위해 서둘러 발표하다 보니 다소 실수가 있을 수 있다. 신문기사를 다른 사람이 가서 확인하면 다르게 기사화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역학조사를 잘하는 위해서는 국민 스스로 조사에 성실히 임하면서 병·의원, 지자체, 해당 당사자 및 모든 국민이 역학조사관을 격려하고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도와주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모두가 역학조사를 잘할 수 있도록 참여하고 도와주면서 기다리면 반드시 역학조사의 수준은 향상되고 역학조사 결과는 질병의 전파를 차단하는데 더욱 기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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