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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한 수필가
국가 기강과 지휘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국정농단에 권력 부재의 무력함을 들어낸 허약한 정부에 국민은 실망과 허탈에 분노까지 더하고 있다. 또한, 조류독감과 취업대란에 경기불황까지 고통을 겪는 정말로 다사다난했던 묵은해를 보내고 희망을 안고 행운을 몰고 온다는 붉은 닭의 해 한 살 더 먹는 설날! 그래서 설날은 항상 새롭고 설렌다.

집안의 형제·자매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며 성묘를 하고는 가까이 있는 친가, 처가, 외가에 집안의 어른과 일가, 친척을 찾아뵙고 세배하며 안부 인사를 한다. 일 년에 한 번 ‘오랜만에 대면하는 설날’ 의미 있고 귀한 시간이기에 한참 지나도 잊히지 않는 행복하고 즐거웠던 설 기분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대체공휴일 시행으로 명절만이 누릴 수 있는 긴 연휴로 일가친척과 산 조상은 물론 돌아가신 조상들과의 유일한 유언, 무언의 대화와 소통의 끈이자 통로이기도 하다 친척과 연세 지긋한 집안의 어른을 대하면 꼭 한두 가지씩 옛날에 몰랐던 선조들의 덕담과 일화들이 우리는 물론 자라나는 세대의 삶의 뿌리를 찾고 모진 세상 풍파를 해쳐가는 지혜를 주는 등불이 된다.

장 닭이 울어도,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여명의 새벽이 온다는 희망과 기백의 파워 ‘붉은 닭’ 띠인 정유(丁酉)년 올해 회갑을 맞는 1957년생 축복의 설날도 어김없이 찾아와서 깊은 정과 덕담도 나누고 우애도 쌓아가며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정겨운 시간도 가졌다.

활력과 재충전의 시간이 되어야 할 명절이 자칫 만날 때마다 앵무새처럼 되풀이되는 취업과 결혼 독촉이 당사자는 가슴 아프게 하는 스트레스로 부담을 주니 표정과 언행에도 조심하여 화목한 명절이 되도록 하자

명절 끝날쯤 되면 명절증후군으로 피곤해도 볼 사람은 보고, 만날 사람 만나서 건강한 모습을 보면 즐겁고 행복하다. 바라건대, 다음 명절까지도 화목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계속 만나기를 기약하며 일상으로 돌아가면 발걸음이 가볍고 온몸이 개운하다.

복 받아 꿈의 백세시대에 사는 우리 세대 어르신이 온갖 지병이 있어도 ‘약을 밥 먹듯 병원을 시장 가듯’ 하더라도 건강하게 오래 살려는 애착이 우리에게는 버팀목이고 우산이 되기도 한다.

헤어지고 보면 설날이 아쉽고 고맙고 그립다. 내년 만남을 기약하며 고대하며 기다려진다. 일가친척들을 두루 뵐 때마다 매년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달리는 소박하고 작은 바람을 모두가 빌어본다. 다시 생업의 현장과 일상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려는 각오와 용기를 얻고 소중한 추억을 새기는 정겨운 만남의 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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