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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한 변호사
2015년 여름까지 파리를 포함하는 일드 프랑스(Ile-de-France) 지역 거주민들이 이용하는 정기권(Passe Navigo)의 가격은 구간별로 큰 차이가 있었다. 파리 시내 통근자 중 도심에서 먼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더 비싼 정기권 요금을 내야 했던 것이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시간이나 이용하는 거리에 따라 요금을 책정한 것이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프랑스 사회당과 녹색환경당의 발의로 이루어진 개혁에 따라 2015. 9. 1.부터는 모든 구역 이용자들의 요금이 단일화되었다. 1존(시내 중심부)에서만 움직이던 사람들은 오히려 요금이 약간 증가하기도 하였지만 1존과 5존(가격 단일화 구역의 최외곽 지역) 사이를 왕래하던 국민들은 연간 435유로(우리 돈 약 55만 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말로만 떠드는 교통 정책이 아니라 실제로 이루어낸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성과였다. 녹색환경당이 발의에 참여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요금제 개편은 단순히 교통 정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매우 효과적인 환경 정책이기도 한 것이다. 위와 같은 요금 단일화는 연간권이나 월간권만이 아니라 주간권(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에도 적용되어 수요일 이전에 파리 여행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여행자들에게도 이것을 이용하는 것이 필수처럼 되어 버렸다. ‘거울의 방’이 있는 베르사이유 궁전(Chateau de Versailles)이나 고흐의 마을, 오베르쉬르 우아즈(Auvers-sur-Oise

)를 갈 때도 추가 요금 없이 나비고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요금제도 개편 정책으로 2016년에는 약 3억 유로의 적자가 발생하였지만, 프랑스 당국(정확히는 일-드-프랑스 운송조합, STIF)은 지역 유류세 인상으로 1억 유로를, 고용인 11인 이상의 기업이 부담하는 교통비 분담금 인상으로 2억 유로를 충당하기로 하였다. 저렴한 비용에서 불구하고 철도를 이용하지 않는 승용차 이용자들에게 1/3을 걷고, 자기 직원들에 대한 교통비를 직접 지급하는 대신에 기업이 직원들의 교통비 분담금으로 2/3를 내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제도는 교통, 환경 정책이며 복지 정책이자 곧 분배 정책이기도 한 것이다. 파리의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의 상황은 가히 지옥철이라 불리는 서울만큼 심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불편을 느낄 정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내 구간의 경우 매우 짧은 배차 간격(2~3분에 한 대)으로, 국철(RER)의 경우에는 2층으로 된 긴 열차를 통한 많은 좌석 보유로 운송 수요를 넉넉히 충당하고 있다. 지하철역 내에서의 화장실 이용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어쩐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프랑스 사람들은 늘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위원회를 만드는 일 다음으로 한 것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가동중단(셧다운)이었다. 야당이 이에 대해 미세먼지 감소 효과가 미약하다거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다거나 화력발전를 대체할 LNG발전이 대기업의 사업인 점을 들어 비판하는 것은 궁색하기 이를 데 없는 딴지이다. 이전 정권에서 “생선구이 집 영업 정지” 운운하던 것과 비교해 보라. 결국, 우리가 정치를 바꾸었다. 그렇게 바뀐 정치를 우리는 날마다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는 이미 배출가스 등급라벨제도(Crit’Air)에 따라 순수전기차를 녹색으로 하고 나머지 차량을 5단계(보라, 노랑, 주황, 빨강, 회색)로 나누고 있다. 파리 도심 진입 금지대상을 지금의 5단계 회색 라벨에서 4단계인 빨강 라벨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까지 나와 있다. 문재인 후보는 친환경차 보급을 위하여 2030년까지 승용 경유 차량을 퇴출시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가 대통령이 되었다. 대중교통의 전면적 개선과 획기적인 공기 질 대책으로 이제는 더 이상 ‘출근하다 죽겠다’는 소리가 안 들리고, ‘숨 막혀서 죽겠다’는 소리가 안 나오는, 참으로 “나라다운 나라”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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