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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병원장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니듯이 생각이 독특하다고 해서 비정상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많은 생각이나 행동들에 대해 정상과 비정상을 가리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뭔가 기이하고 이상해 보이는 생각이나 행동들이지만 만약 그것들이 목적과 창조성이 있는 것들이라면 독특한 것이라고 평가해야 하지 비정상이라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각종 예술적인 퍼포먼스들이 괴상망측하고 부적절하게 보일지라도 그것은 창조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정상적이라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같은 흙덩이를 주물럭거리더라도 결국 도자기를 빚어낸다면 그것은 작품을 만드는 창조적 행동이지만 그냥 주물럭거리기만 할 뿐 다른 창조물이 없다면 그것은 비정상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을 명확하게 구분 짓기는 너무 어렵다. 그러나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해서 판단해야 할 경우는 많다. 특히 정신적인 현상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해야 할 경우도 많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몇 가지 기준을 가지고 판단할 수밖에 없겠다.

우선 ‘지나치거나 불충분’하면 이상한 것으로 판단한다. 기분이 지나치게 좋거나 의기양양하거나 과도한 자신감으로 신중함이 없어지고 활동이 과하고 잠잘 필요성도 못 느낄 정도라면 분명 비정상적인 기분이라고 평가하게 되고 이를 조증이라 한다. 반대로 기분이 처지고 의기소침하고 우울하고 용기없으며 즐거운 일이나 흥미가 없으면 이것 또한 우울증이라 하고 비정상적인 기분으로 평가한다. 즉, 평균값을 지나치게 벗어나거나 모자란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이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평가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지능이 떨어지면 분명히 비정상이지만, 반대로 지능이 높으면 비정상인가? 분명히 아니다.

다음에는 ‘규준을 위반하게 될 경우’를 비정상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조용해야 할 도서관에서 지나치게 떠들거나 집중하고 긴장해 있어야 할 공부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잉 행동을 해 대거나 남의 권리를 쉽게 빼앗거나 방해하거나 하는 행동들은 분명 비정상이다. ADHD를 앓는 아동들이 그렇다. 그러나 이 기준도 모순이 있다. 즉, 규준을 정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기준으로 ‘발달적 부적절성’을 가지고 판단해 보기도 한다. 두 살짜리 아이가 소변을 아무 곳에나 싼다면 그것은 정상적 발달의 과정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같은 행동을 다섯 살짜리 아이가 하게 된다면 이는 걱정을 할 만한 행동이 된다. 비정상이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존을 하여 분리될까 두려워하는 분리 불안 장애가 만약 성인에게 나타난다면, 이는 발달에 맞지 않는 이상한 것으로 보고 이를 걱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들도 발달의 정확한 기준을 정하기 어려울 경우가 많다.

혹은 ‘사회의 부적응’ 정도를 가지고 비정상을 구분하기도 한다. 남들 앞에 나서면 불안하고 목소리가 떨리며 나쁜 평가를 받을까 두려워하여 아예 무대에 서 볼 수도 없으며 이로 인해 사회적인 관계 형성에 큰 어려움을 겪고 결국 사회 적응에 실패한다면 이는 사회 공포중이라고 진단하고 비정상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타인들에게 관심이 없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나 평가 따위에는 더더욱 관심 없으며 그런데도 스스로 전혀 불편하지 않은 인생을 산다면, 단지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잣대만으로 비정상이라 할 수 있을까? 참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렇게 정상과 비정상을 판단하는 것이 어려운데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 정신적인 현상에서 자칫 잘못 하면 독특한 것을 비정상이라고 우기는 큰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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