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해바라기처럼 쑥쑥 자라다가

갑자기 콩알만큼 작아져버린 심장을 가진 아이들.



적당히 자라려고 했는데

오른발만 자라고

왼손만 자꾸자꾸 축구장 두 배 만큼 넓어진

거대한 손바닥을 가진 아이들이 문밖에 모여 있다.





감상) 일 년에 딱 하루, 나는 키가 큰다. 육십이 되어도 칠십이 되어도 그날은 키가 크는 날이다. 죽어서 저승에 가서도 그날만큼은 키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하루 동안 자란 키를 나눠서 잘 잘라먹으면서 나는 일 년을 버틴다. 그것은 지독하게 질겨서, 먹다가 입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일이라서 누구에게 나눠줄 수도 없다. 너만 아는 내 비밀이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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