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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경북생명의 숲 상임대표·이재원화인의원 원장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은 세계에서도 가히 독보적 현상이다. 전 국토의 11% 면적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 경제자금의 80%, 대기업의 90%가 몰려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대목이다. 이 때문에 수도권은 주택, 교통, 환경, 교육 등 온갖 사회적 문제들로 늘 총체적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몸통은 초고도비만인데 반해 팔과 다리는 영향결핍 증상을 보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야말로 신체발달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이다. 이로 인해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는 각종 증세와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생명이 위험한 상태이다.

이런 문제는 미성숙한 지방분권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지난 1995년 되살아난 우리나라 지방분권은 22년이라는 혈기왕성한 청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방분권의 발전은 우리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이면서, 또한 지난 20년 넘게 기득권을 지키려는 중앙정치의 외면으로 늘 뒷전이 되었던 해묵은 과제이기도 하다.

새 정부는 내년 6월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했다. 지난주에는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행자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지방분권 실현에 걸맞은 정책을 주문했다. 이에 발맞춰 우리 지역에서도 지방분권을 주제로 한 포럼과 학술대회가 잇따라 열리는 등 지방분권에 이에 관심과 기대가 점차 높아가고 있다.

오늘날 지방분권의 강화는 시대적, 세계적 조류이다. 우리 국민 역시 지방분권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을 통한 균형발전이야말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상생·동반 성장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국민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아나가기 위한 유일한 처방이자 최소한의 수술이 아닐 수 없다.

지방분권의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는 사무와 재원의 비중에 있을 것이다. 먼저 사무를 보면 지방이 25%, 중앙이 75%로 대부분 권한을 아직도 중앙에서 움켜쥐고 지방의 정책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재원 또한 국세가 80%, 지방세가 20% 수준으로 지방의 돈줄을 조이고 있다. 이래서는 지방정부가 주민의 눈높이에 맞은, 주민의 복리향상을 위한 정책을 결코 펼칠 수가 없다.

새 정부가 공약한 중앙권한의 대폭 이양, 강력한 재정 분권 실현, 자치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 등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지방분권의 정신을 내년 6월 개헌 헌법에는 반드시 담아내야 한다.

그리고 개헌 이전에라도 즉시 실현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그에 걸맞은 조치가 필요하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풀뿌리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제부터 없애보자. 책임정치를 명분으로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화시키는 것은 이른바 적폐 중의 적폐이다. 이는 중앙정치권의 결단만 있으면 해결이 가능한 쉬운 사안이다.

때만 되면 주민의 대의기관인 기초의원들이 특정 정당의 복장을 착용하고, 길거리에 늘어서 선거운동을 벌인다. 그럴 때마다 이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속내는 매우 불편하고 복잡하다. 그 시간에, 그 열정으로 지역의 현안을 챙겼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이를 없애면 중앙정치가 주는 지긋지긋한 스트레스 또한 반감될 것이다.

우리나라 현대 정치사의 비극은 대부분 권한의 지나친 집중이 그 발단이 되었다. 작금에 회자되는 대부분의 개혁정책 본질 또한 권한의 나눔에 있을 것이다. 나누어야 산다는 것이 우리 현대 정치사가 남긴 뼈아픈 교훈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는 지방분권의 강화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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