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서울 한성백제박물관 강당(한성백제 홀)에서 ‘제11회 대가야사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장면. 고령군제공
흔히들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문화가 새로운 시대 담론으로 자리 잡고, 지역사회 발전의 원동력으로 주목받은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그렇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많지 않은 형편이다. ‘대가야의 고도(古都)’ 고령군은 대가야의 독특한 문화를 접목해 ‘문화의 세기’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지자체이다.

고령군의 문화정책에 대한 학술적인 뒷받침으로 학술회의가 가진 의미를 짚어본다.

△고령군, ‘대가야’에 올인하다.

고령군에서는 대가야의 역사·문화자원을 토대로 문화관광산업의 활성화에 노력하고 있다. 2005년부터 매년 4월에 개최되고 있는 대가야체험축제는 ‘문화관광 우수축제’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관광 인프라를 폭넓게 구축해 고령을 전 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고령 지산동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 사업은 2013년 12월 ‘고령 지산동고분군’으로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고, 2015년 3월에 김해 대성동고분군·함안 말이산고분군과 함께 ‘가야고분군’으로 우선 등재 대상에 선정됐다. 현재 문화재청, 경상남북도, 해당 지자체에서 MOU를 체결해 세계유산 등재를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는 고령군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령군은 2015년 4월에 고령읍을 대가야읍으로 명칭을 변경, 대가야를 바탕으로 미래 명품도시 건설을 추진해 오고 있다. 특히, 2017년 올해의 관광도시 선정은 관광산업 발전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곽용환 고령군수가 학술회의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세계 유일의 ‘대가야사 전문박물관’, 대가야박물관에는 특별함이 있다.

지방자치시대가 정착되면서 지역 정체성 확립과 문화관광 사업을 통해 지역발전 동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마다 앞다투어 박물관을 건립하고 있다. 고령군 대가야읍 지산리의 대가야왕릉이 모여 있는 주산 기슭에 자리 잡은 대가야박물관은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전시한 세계 유일의 ‘대가야사 전문박물관’이다. 대가야박물관은 2000년 9월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로 확인된 최대 규모의 순장고분인 지산동 44호분을 재현한 ‘대가야왕릉전시관’, 대가야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전시해 2005년 4월 개관한 ‘대가야역사관’, 그리고 악성 우륵 선생과 가야금을 테마로 2006년 3월 문을 연 ‘우륵박물관’으로 구성돼 있다. 한마디로 대가야박물관은 대가야의 역사·문화에 관한 모든 내용을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대가야박물관은 ‘대가야·순장문화·가야금’이라는 특색 있는 역사 문화자원을 테마로 한 전문박물관을 지향하면서, 지역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각종 인프라 구축과 이를 연계한 관광시설 등이 시너지효과를 거두면서 국민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 결과 매년 20여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아 ‘신비의 왕국 대가야’가 아니라 당당히 우리 고대사의 한 축을 이루었던 ‘고대국가 대가야’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고 있다. 대가야박물관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요인으로는 고령군의 문화정책이 대가야에 올-인한다는 ‘선택과 집중’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록의 계절인 오월을 맞아, 대가야박물관은 현장 체험학습을 온 학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대가야사 학술회의, 사국시대론의 확산에 기여하다.

대가야박물관은 고령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지속적인 학술조사 및 연구 활동을 수행하면서 지역사회의 장기발전 계획의 밑그림을 제공해 주고 있다. 현재 고령군을 중심으로 ‘가야 문화권 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가 구성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영호남 통합과 상생발전을 위한 다양한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 2005년 영·호남 10개 시군으로 출발해 현재 5개 시·도 17개 시·군으로 성장했다. 고령을 비롯해 달성, 성주, 합천, 거창, 함양, 함안, 고성, 하동, 남원, 임실, 장수, 구례, 광양, 순천 등 영·호남의 가야지역이 거의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들 시·군은 ‘가야문화’라는 공통된 역사·문화적 기반을 토대로 ‘문화관광 발전 전략’을 공동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다. 특히, 가야 문화권 발전의 제도적 근거 마련을 위해 ‘가야문화권 개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에 힘을 모으고 있다.

그간 고령군에서 추진해 온 지산동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와 가야 문화권 시장·군수협의회 활동 등은 대가야박물관에서 추진해왔던 ‘대가야사 학술회의’가 학술적 배경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가야박물관에서는 지난 20년간 20회 이상의 학술행사를 개최해 왔다. 그중에서도 대가야사 학술회의는 1999년부터 정기적으로 대가야와 관련된 주제를 선정해 진행하고 있으며, 2017년 현재 총 11차례 개최했다. 학술회의 주제는 주로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대가야의 위상과 문화를 재조명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대가야의 정치와 문화적 특성’(1999), ‘대가야와 주변제국’(2001), ‘대가야의 성장과 발전’(2003), ‘악성 우륵의 생애와 대가야의 문화’(2005), ‘5∼6세기 동아시아의 국제정세와 대가야’(2006), ‘고령지역의 선사·고대사회와 암각화’(2008), ‘대가야의 정신세계’(2009), ‘대가야사 연구의 현황과 과제’(2011), ‘대가야의 고분과 산성’(2013), ‘대가야 문물의 생산과 유통’(2015), ‘쟁점 대가야사, 대가야의 국가발전 단계’(2017) 등이 그 주제였다.

대가야사 학술총서
학술회의에서는 문헌사학과 고고학계의 가야사를 전공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해 80여 편에 달하는 논문이 발표됐다.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난 후에는 그 결과물을 ‘대가야사 학술총서’로 발간해 학계에 제공함으로써, 대가야사 연구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그 결과 대가야가 고구려·백제·신라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고대국가’로 발전하였고, 우리나라 고대사를 삼국이 아니라 사국시대로 파악하는 ‘사국시대론’의 확산에 기여했다. 학술대회를 공동으로 주관한 기관은 한국상고사학회, 한국고대사학회를 비롯해 계명대 한국학연구원, 영남대 민족문화연구소, 경북대 퇴계연구소, 대동문화재연구원, 영남문화재연구원 등 다양하다. 공립박물관과 학회, 대학연구소, 발굴조사기관 등과 긴밀한 협력망을 구축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대가야사 학술회의는 관련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진 전공자들을 초빙, 추진함으로써 행정적으로 추진할 사업에 대해 이론적인 토대와 명분을 구축한다는데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 학술대회는 성격상 투입한 예산에 따른 가시적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행정기관의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학술사업은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갈 때만 성과가 도출될 수 있다. 여타 지자체의 학술행사 추진 시 참고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경북 고령군과 서울특별시의 우호협력사업의 목적으로 그간 고령군의 대가야박물관과 서울시의 한성백제박물관은 전시, 교육, 학술연구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 먼저, 고령군 대가야박물관에서는 2016년 기획특별전 ‘한성 백제’를 성황리에 마쳤고, 한성백제박물관에서는 2017년 봄 특별전으로 ‘가야, 백제를 만나다’라는 주제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그리고 올해 3월부터 5월까지는 가야사에 대한 시민들의 올바른 인식과 저변 확대를 위한 ‘가야사 시민강좌’를 양 박물관에서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개최된 ‘제11회 대가야사 학술회의’는 2017년 상반기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리는 ‘대가야 시리즈’의 완결판인 셈이다.

곽용환 고령군수는 “우리 군에서는 대가야 정체성을 밝히기 위해 지금까지 10여 차례 이상 학술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렇게 꾸준히 학술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드문 사례에 해당한다”면서 “앞으로도 문화관광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학문적인 토대 마련을 위해 지속해서 학술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움말= 정동락 고령군 학예사

권오항 기자
권오항 기자 koh@kyongbuk.com

고령, 성주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