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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토리] 복지법 사각지대의 장애인 父子

예천 노상리 정신장애 아버지와 지적장애 아들 폐지 모아 생활

이상만 기자   |   등록일 2017.06.0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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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집안에는 곰팡이와 썩은 음식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다.
경북 예천군 예천읍 노상리에 50년 넘게 낡은 창고를 집 삼아 비위생적인 주거환경에서 살아가는 정신장애(부·65)·지적장애(자·30) 부자가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들 김 씨는 현재 지적장애 2급, 아버지는 10년 전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았지만, 생활고와 여건이 어려워 재판정을 받지 못해 지금은 미등록자로 살아가고 있다.

정부에서 아들에게 지급하는 지적장애 지원금 28만 정도가 이들 부자의 한 달 생활비다. 막내아들은 서울로 간 뒤 연락이 끊겼다.

2일 김 씨의 집을 찾아가는 대창중·고등학교 운동장과 산 중턱으로 이어진 길목(50m)은 온통 폐지 더미로 넘쳐났다. 이들 부자가 돈벌이를 위해 모아놓은 것이다.

이들 부자 때문에 예천군청에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사유지 운동장 안과 도로에 무단으로 쌓아 놓은 쓰레기와 폐지, 흑응산의 나무를 마구잡이로 베어내 민둥산을 만들고 있다는 민원이다. 또 대형 소각로를 집에 만들어 쓰레기를 소각하고 있어 화재 위험과 산불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부친은 집으로 안내하면서 폐지 줍는 이유에 대해서 “라면과 음료수를 사 먹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부친 김 씨는 다리가 상당히 불편해 보였다. 경사로를 오르고 내릴 때마다 고통스러움에 얼굴을 찌푸리며 드문드문 떨어진 폐지를 연신 도로 가로 옮기곤 했다.

김씨의 집은 창고이다. 집 입구에는 쓰레기와 폐지로 가득차 있다.
김 씨의 집은 낡은 창고였다. 낡고 오래된 벽돌로 대충 가려져 비만 피할 수 있는 곳이다. 6·25전쟁 전 이사 온 집으로 언제 무너질지도 모를 허술한 집이었다.

집 입구 빈 깡통을 쌓아 만든 소각로에는 아직도 남은 잔불들이 타고 있었다. 소각로 옆에는 폐지와 쓰레기가 입구를 막을 정도로 가득 쌓아 놓고 있어 화재의 위험에 늘 노출돼 있었다.

벌목과 소각행위에 관해 묻자 부친은 “나무를 벤 것은 자신들이 한 것이 아니다”라고 완강히 손을 내젓고 소각은 “학교의 쓰레기를 주워서 태우고 있다”고 전했다.

소각행위를 하면 산불이 날 위험이 크다고 하자 “항상 물을 받아 놓고 있다”며 큰 물통을 보여 주었다. 이들 부자는 폐지 주어 쌓기, 나무 베기, 소각 등 이 같은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일과처럼 하고 있다.

집의 자물쇠를 열자 악취가 진동했다. 냉장고나 TV, 전화기 같은 일상용품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고 방안에는 두 사람이 잠을 잘 수 있는 좁은 공간에 이불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부자가 잠을 자는 방안 곳곳에는 곰팡이가 심해 악취가 진동을 하고 있다.
방안 곳곳에는 썩은 음식과 곰팡이 악취로 차마 방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곳곳에서 유통 기한이 지난 음식과 음료수가 널브러져 있었다.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볼 수가 없었다.

다행히 상수도는 들어와 있지만, 이들 부자는 언제 씻었는지조차 본인들도 모를 정도로 몸과 옷에서는 냄새가 진동했다. 집안 곳곳에는 상한 음식과 쓰레기로 넘쳐나 이들 부자의 건강이 가장 걱정스러웠다.

이들 부자에게는 행정기관의 도움이 절실해 보였다.

예천군청은 부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관련 법규를 찾아 서울에 있는 둘째 아들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해 보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이들 부자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처지이다.

또 부자의 불법 행위(벌목, 소각)에 대해서도 지도 개선에 나서면서 치료와 시설 입소 등 다양한 복지 지원을 찾고 있지만, 관련 법규에 제동이 걸려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김씨의 집 입구에 설치된 소각로와 각종 쓰레기 더미.
가족 동의가 없으면 이들 부자의 시설 입소가 불가능하고 부친의 경우 장기적인 정신과 치료 후 정신장애등급을 새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안동에 있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은 이들 부자에게는 힘겨운 일이다.

이들 부자를 늘 곁에서 지켜본 동네 주민 김모(61) 씨는 “행정기관은 이들 부자의 불법 벌목행위와 사유지 무단 폐지 적재 불법 쓰레기 소각 등의 행위를 막고 이들 부자가 새로운 환경에서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다양한 민간협력을 통한 지원에 나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들 부자의 치료와 시설 입소를 위해서는 가족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복지법보다는 현실 복지를 실현하는 지혜를 행정 기관에서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이상만 기자

    • 이상만 기자
  • 경북도청, 안동, 예천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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