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지난해 8월 16일께 아들 소유의 승용차로 편도 2차로의 1차로로 역주행하다가 B씨의 승용차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사고로 아내와 자녀 2명을 둔 B씨가 사망했다.

숨진 B씨의 어머니와 아내, 자녀들은 지난해 10월 18일 대구지법에 가해 차량의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보험회사는 11월 28일 3억 원을 지급하고 합의했다.

B씨 아내는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한 손해배상 청구권 등을 포함한 일체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취지의 권리포기서와 각서를 작성하면서 ‘피해자의 유족대표’란 옆에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었다. 소송도 곧바로 취하했다.

A씨는 또 B씨의 아내, 자녀들에게 순수한 형사상 위자료인 4천만 원을 주고 형사합의도 했다. 향후 형사사건에 관한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합의도 했다.

그런데 손배소송과 형사합의 당사자에서 빠졌던 B씨 아버지와 장모가 지난해 12월 23일 A씨와 그의 아들을 상대로 1천100만 원씩의 위자료를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아들을 잃은 B씨 아버지와 사위를 잃은 장모 또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고, 이에 대해 위자료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담아서다.

A씨는 B씨 아내가 유족대표로 나서서 보험회사에 손해배상 청구권을 포기했고 4천만 원의 형사합의금을 준 이상 아버지와 장모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해 위자료를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위자료 소송을 낸 B씨 아버지와 장모의 손을 들어 줬다.

대구지법 제23민사단독 어재원 판사는 최근 “B씨 아버지와 장모에게 각각 700만 원과 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아버지와 장모로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데 대해 각자가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A씨와 자동차 소유자 A씨 아들은 민법과 자동차손해보장법에 따라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B씨 아내 등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아버지와 장모가 포함돼 있지 않은 점, B씨 아내가 날인한 ‘피해자의 유족대표’는 손해배상 소송의 원고를 지칭하는 것으로 합의 당시 B씨 아내가 이 사건의 모든 원고를 포함한 유족을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내세웠다.

어재원 판사는 “손해배상 합의 당시 당사자의 범위를 특정하지 않고 B씨 아내가 유족을 대리할 권한이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보험회사의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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