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야 나는 기쁘다

물고기야 새처럼 날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기쁘다

새처럼 훨훨 날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기쁘다

물고기야 잠잘 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니까 슬프다.





감상) 죽도시장에 가면 눈만 남은 물고기들이, 제 몸 다 사라지고 나서도 눈만 동그랗게 뜬 물고기들이 지천이다. 아직 다 못 본 것 있다는 듯, 끝내 그것 다 보고야말겠다는 결연함이라도 보여주려는 듯, 물고기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어느 날 그 물고기의 눈과 마주친 적 있다. 그 순간 내 몸에 비늘이 돋고 지느러미가 스물스물 자라났다. 나는 눈만 없는 물고기였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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