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말이 없어지는 사람은
소리를 모으고 있는 거다
소리의 角을 뜨고 있는 거다
말 대신 침묵에 집중하는 일
그리하여 어룽어룽 고요에 닿는
길 만들어
때로 어둠을 터널처럼 통과하지만
끝내 말을 버렸으므로
차디차게 언 극점들이
소리에 닿는 것,
각이 되는 것,
사랑이여
소리의 개화인 모서리여
감상) 비 오는 날에는 빗소리를 들으려고 바다로 간다. 바닷물 속으로 떨어지는 비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숨을 죽인다. 그러나 돌아오는 즈음에야 알게 된다. 내가 그토록 귀 기울여 들으려 했던 건 내 마음의 소리였다는 걸 말이 없어지는 사람, 자기의 소리를 듣는 중이다 추억의 소리거나 그리움의 소리거나. (시인 최라라)
- 기자명 이규리
- 승인 2017.06.12 17:26
- 지면게재일 2017년 06월 13일 화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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