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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경북생명의 숲 상임대표·화인의원 원장
프랑스 국기는 빨강, 파랑, 흰색로 이루어진 삼색기다. 여기에는 ‘자유·평등·박애’라는 18세기 후반에 일어났던 프랑스대혁명의 의미가 담겨 있다. 프랑스대혁명은 불평등한 제도에 반기를 든 시민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한 시민혁명이다. 지금 프랑스에서는 그에 버금가는 제2의 시민선거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39세의 마크롱을 대통령으로 뽑은 ‘젊은 프랑스’가 지구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주류 정치 신인에 불과했던 마크롱이 지난 5월 역대 최연소 프랑스 대통령으로 당선된 데 이어, 여당이지만 의석수가 전무했던 ‘전진하는 공화국’이 지난 11일 총선 1차 투표에서 압승을 거둬 2차 대전 이후 최대 여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마크롱은 취임과 동시에 기존의 정치체계와 정치인들을 물갈이하는 정치개혁에 나서고 있다. 오래된 정치인 대신 정치신인을 대거 등용해 정치판을 통째로 갈아치우고 있다. 그는 경륜부족과 의회기반 전무 등으로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이를 완전히 불식시키고 있다.

마크롱은 총선 결선투표가 치러지는 오는 18일 ‘전진하는 공화국’이 예상대로 거대한 제1당이 될 경우 정치개혁의 전진에 더욱 탄력을 붙여나갈 것이다. 이에 반해 전후 프랑스 정치를 양분해온 사회당과 공화당은 그야말로 존폐기로에 처했다. 특히 현재 277석을 가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사회당은 200석 이상 상실해 거의 몰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프랑스 정치지형의 역사적 대변환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지켜본 인근 나라 아일랜드도 최근 30대 리더십을 선택했다. 집권여당 ‘통일아일랜드당’의 대표로 선출된 38세의 버라드커 총리가 그 주인공이다. 버라드커는 아일랜드가 1922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래 최연소 정부 지도자로 등극했다.

이전에도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43), 두다 폴란드 대통령(45), 트뤼도 캐나다 총리(46) 등 40대의 젊은 리더십에 놀랐지만, 이제는 30대로까지 내려가는 추세다. 이렇게 젊은 리더십이 세계 정치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젊은 리더십 돌풍은 기득권 정치에 대한 반감과 변화에 대한 열망에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금 세계인들의 공통된 관심사는 마크롱발 정치 대변혁의 물결이 지구촌에 얼마만큼의 파장을 일으킬지에 있는 것 같다.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 대선을 앞두고 60대가 주축인 우리 정치권에서도 50대 기수론이 반짝 등장했다. 비록 미풍에 그쳤지만, 앞으로 치러질 선거에서 젊은 리더십 태풍이 불지 사뭇 기대된다.

이렇게 지구촌에 젊은 리더십 돌풍을 견인하는 마크롱 정치는 무엇일까. 그는 정치적으로는 기득권 타파와 같은 진보를, 경제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보수를 표방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정치는 좌우라는 낡은 진영논리를 청산하고, 시대정신과 가치와 과제를 반영하는 철저한 ‘현실중심정치’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마크롱의 젊은 프랑스는 우리에게도 많은 것들을 일러준다. 좌우라는 낡은 진영정치를 버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따뜻한 정치 구현, 세대교체를 통한 과감한 정치개혁 단행, 그리고 프랑스 사회당의 현재 모습은 혁신 없는 정당은 한순간에 붕괴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아울러 낡은 정치를 바꾸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몫임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젊은 리더십을 향한 우리 국민의 열망 또한 점차 높아질 것이다. 왜냐하면, 아날로그시대의 사고로는 디지털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은 리더십을 육성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한다. 이는 국가든 지역이든 낙오자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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