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연구 에스포항병원 뇌·혈관병원장 신경외과 전문의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요즘 많은 사람이 야외활동을 늘리는 만큼 자연스럽게 술자리에도 많이 참여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뇌에서 보내는 이상 신호를 알아채지 못하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최근에 응급실로 내원한 한 환자가 그러한 사례다. 30대 후반의 이 남성은 술자리를 즐기던 중 앉아 있는 자리에서 두통을 호소하며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고 한다. 이후 급히 119에 실려 병원 응급실로 내원해 전문의가 바로 진료와 검사를 해보니 뇌혈관에 꽈리가 생겨 터질 듯 부풀어 있는 상태였으며 긴급 수술을 했고 현재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굉장히 운이 좋게도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은 사례였다. 다행히 지역 내에 뇌혈관 질환 전문 병원이 있었고, 신경외과 전문의가 바로 환자를 진료했기에 치료 가능한 경우였다. 그러나 이렇게 모든 조건이 따라주지 않으면 이 30대의 젊은 남성은 심각한 후유증을 안은 채 앞으로 여생을 살아야 한다.

사례와 같은 질환을 뇌졸중이라고 하는데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과 혈관이나 동맥류가 파열되는 뇌출혈 등을 모두 포함한다. 뇌경색의 경우는 뇌 혈류 장애가 4~8분 이상 지속하면 뇌 조직의 허혈이 진행되므로 증상 발현 후 3시간 이내에는 뇌졸중의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뇌출혈의 경우는 초기에 응급수술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뇌졸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사고에 대비할 수 있도록 ‘FAST’라는 것을 홍보한다. 이는 ‘Face drooping(안면마비)’, ‘Arm weakness(팔이나 다리의 마비)’, ‘Speech difficulty(말의 어둔함)’, ‘Time to call 911(119에 빠른 연락)’을 말한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심각한 경제적 손해까지 떠안아야 하는 뇌졸중을 전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다.

국내에서도 뇌졸중 자가체크법을 홍보하고 있다. 뇌졸중 자가체크법에서 △조부모, 부모 중에 뇌졸중인 사람이 있다 △50살 이상이다 △담배를 피운다 △술을 좋아한다 △지방이 많은 식품을 즐겨 먹는다 등의 항목에 체크를 하는 독자가 있다면 평소 자신의 건강 상태를 유심히 점검해보길 권한다. 혀가 굳어지고 현기증이 일어난 적은 없는지, 손발이 저리고 눈이 침침한 일은 없는지, 고혈압과 같은 질환은 없는지 등 뇌에서 보내는 이상 신호를 놓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증상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질환 유무 확인을 위해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걸리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무서운 질환이지만 환자 본인과 의사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아직 20~30대로 젊더라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술자리가 잦다면 평소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청년기(15~45세) 뇌졸중 환자는 2013년 1만3892명에서 2016년 2만1709명으로 3년 새 약 56% 늘었다. 대부분 극심한 스트레스나 격해진 감정 변화 후 발생하게 되는데 이는 스트레스로 인해 아드레날린 분비가 촉진되고 과도하게 분비된 아드레날린은 고혈압을 유발해 얇은 부위의 혈관을 터지게 하므로 뇌졸중으로 이어진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사도 필요하지만, 평소 스트레스를 최대한 덜 받을 수 있도록 생활하고 급격한 감정변화를 피하는 것이 좋다. 또 면역력이 저하되면 뇌졸중 발생 확률이 더욱 높아지므로 꾸준한 운동과 관리로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도 좋은 예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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