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신호 때 직진 차량의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 방법으로 조심스럽게 좌회전할 수 있는 곳을 ‘비보호 좌회전’ 구역이라고 한다.

이 구역에서 좌회전하던 중 정상 신호에 따라 직진하는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를 내면 과실 책임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좌회전 차량 차주에게 80%, 직진 차량 차주에게 20%의 책임을 지우는 1심 판결이 나왔었는데,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뒤집고 무리한 좌회전을 시도한 차주에게 100%의 책임을 지우는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작년 3월 8일 밤 10시께 SM5 승용차를 몰고 포항시 남구 대잠동 성모병원 앞 삼거리에서 효자시장 방면 편도 2차로 중 2차로를 신호등 직진 신호에 따라 교차로를 통과하던 중 맞은편 효자시장 방면에서 성모병원 방면으로 편도 3차로 중 1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하던 B씨의 아반떼 승용차 왼쪽 휀더 부위를 충돌했다. 당시 신호등은 B씨 차량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 모두 직진이었다.

사고를 당한 B씨 차량 보험회사는 차량 수리비 등으로 보험금 178만7천170원을 지급했고, A씨 차량 보험회사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다. 사고가 전적으로 A씨의 과실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을 담아서다.

1심 법원은 B씨 보험사의 주장을 모두 반영하지 않았다. 정상 신호에 따라 직진을 하다가 사고를 당했지만, 교차로에 진입하면서 전방 주시를 게을리 한 과실을 물어 20% 정도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178만7천170원의 80%인 142만9천736원만 지급하라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대구지법 제3민사부(허용구 부장판사)는 B씨 보험사가 낸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사고를 낸 A씨 보험사는 B씨 보험사에 178만7천170원 전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무리하게 좌회전을 시도한 A씨의 전적인 과실 때문에 사고가 났다는 판단에서다. 직진하던 B씨 차량이 교차로에 먼저 진입한 이후 A씨가 비보호 좌회전을 시도한 점, 직진하는 B씨 차량에 우선 통행권이 있는데도 A씨가 이를 기다리지 않고 좌회전한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특히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시야가 일부 제한되는 밤 10시께 발생했는데, 직진 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B씨 차량이 비보호 좌회전하던 A씨 차량에 진로를 양보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해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 밖에도 특별히 B씨에게 주의의무를 위반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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