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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개인의 성격이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욕구와 금지 사이에서 자신을 얼마나 잘 방어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성격은 그 사람을 결정짓는 것이며 그 사람을 지배하며 또한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다. 이 욕구와 금지 사이에서 성숙한 방법으로 방어하면 그 사람은 성숙한 사람이 되고 퇴행 되었거나 병적인 방어를 한다면 그 사람은 병적이거나 퇴행 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늘 끊임없이 나타나는 욕구도 무의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며 그 욕구를 금지하는 힘 역시 무의식에서 나타나는 것이고 방어 역시 무의식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모든 것이 무의식에서 이루어지며 이런 무의식에서 생기는 갈등의 결과로 표현되는 것을 성격이라 부르게 된다. 이때 방어하는 방법을 우리는 방어 기전이라 하며 그 방법들이 너무나 다양하다. 병적이고 퇴행한 방어기전들이 있는가 하면 성숙하고 건강한 방어기전들도 있다. 그 많고 다양한 방어기전 중에 어떤 것들을 주로 사용 하는가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의 형태가 드러나는 것이다.

여우가 길을 가고 있었다. 이 여우는 먼 길을 걸어 왔으니 지치고 목도 마를 것이 분명 했다. 그런 여우가 포도나무 아래를 지나가다가 마침 탐스럽게 잘 익은 포도송이를 보게 된다. 이때 여우의 무의식 욕구는 “아 저 포도를 먹고 싶어. 탐스럽게 잘 익은 저 포도를 먹으면 그 과즙이 나의 목을 적시고 나는 행복할 것 같아. 얼른 먹고 싶어!”라고 충동질을 했을 것이다. 이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여우는 노력하지만 “아니야. 너는 다리가 짧아. 아무리 먹고 싶어도 너는 저 높은 곳에 달려 있는 포도를 먹을 수 없어! 원한다고 다 할 수는 없어. 다리 짧은 너 자신을 탓하고 포기해!”라고 금지의 힘이 여우를 포기하게 만든다. 이때 여우는 “아! 다리가 짧아서 나는 불행해! 내가 저 높은 곳의 포도를 먹을 수 없는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워!” 라고 하면서 길을 간다면 여우는 너무나 우울하고 슬플 것이고 그리고 계속 목이 마를 것이다.

그러나 여우는 이 욕구와 금지 사이에서 자신을 슬쩍 방어해 낸다. 즉 “저 포도는 내가 충분히 먹을 수 있지만, 아직은 덜 익었어. 신 포도야. 까짓것 다음에 잘 익으면 따먹지 뭐”라고 그럴듯한 이유를 대면서 가던 길을 간다. 너무나 유명한 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포도’ 얘기이다. 이때 여우는 바로 ‘합리화’라고 하는 방어기전을 사용한 것이다. 그렇게라도 방어를 해야 여우의 자아가 다치지 않는다. 다리가 짧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짧은 자신의 다리를 탓하면서 괴롭게 살아가기보다는 차라리 포도가 덜 익어 시다는 것으로 합리화해 버리는 것이 여우에게는 더 편했을 것이고 그것이 자기를 살리는 길이었을 것이다. 이 여우의 성격은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자기의 행동들을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서 방어해 버리는 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 분명 하다. 이 여우는 자신이 내세우는 그럴듯한 이유에 자신은 만족할 것이지만 남들 눈에는 그런 것들이 다 보인다. 이것이 바로 성격이다.

성격은 자신은 잘 모르지만 남의 눈에는 잘 보이는 것, 의식적으로 바꾸려고 해도 쉽게 잘 바뀌지 않으며 자신의 인생의 많은 시간 동안 형성이 되어 와서 결국은 자신과 함께 평생을 사는 것이 바로 성격이다. 이 성격은 대부분 무의식적인 힘으로 이루어지며 현실에 적응해 살아가는 자신의 방패다. 그러나 이런 성격 중에서도 너무나 유별나고 현실에 맞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큰 지장이 있거나 자신의 역할 수행에 큰 문제가 되면 이 성격은 큰 낭패다. 이런 성격을 우리는 바로 성격 장애라고 진단한다. 바로 미성숙하거나 퇴행 되었거나 병적인 방어 기전들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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