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한 사람을 망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분노를 돋운다’는 말이 있다.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노발충관의 감성적 분노를 누르지 못해 다른 사람을 해치는 일이 빈발해지고 있다. 16일 충주에서는 가족의 뒷바라지를 위해 휴일도 반납하며 일하던 성실한 가장이자 80대 노모를 살뜰하게 모셔온 인터넷 수리기사가 한 고객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평소 인터넷 사용 과정에 불만이 있어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보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논문 지도 중 질책한 지도교수에게 직접 만든 ‘텀블러 폭탄’을 보내 다치게 한 국내 유수 대학의 대학원생이 있었다. 그는 과학 올림피아드에서 2년 연속 상을 받고, 과학고등학교를 2년 반 만에 조기 졸업했을 뿐 아니라 대학원에서는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학술지에 주요 저자로 이름을 올렸을 정도의 수재였다.
8일 경남 마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한 남성이 아파트 외벽 작업을 하던 사람의 밧줄을 끊어 목숨일 잃게 했다. 추락해 숨진 40대는 다섯 자녀를 키우고 있던 성실한 가장이었다. 범인은 고공 작업 중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휴대전화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며 생명줄을 잘랐다.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묻지마 폭행·살인, 작은 일에도 짜증 내고 화를 삭이지 못하는 분노 범죄를 저질러 끔찍한 범죄자로 전락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에서 폭력 사범으로 검거된 36만6천여 명 가운데 홧김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40%나 됐다. 분노조절장애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