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않아도
태양이 우리를 못 견디게 만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서로 뜨겁게 사랑하며
기쁨으로 타오르는
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

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워주는
한 그루 나무가 되자고 했지?

(후략)




감상) 폭염의 나날, 그늘을 찾아 헤매는 나날, 정작 그늘에 서서도 시원하지 못한 나날, 그는 말없이 웃어주거나 말없이 손을 잡아준다. 그는 보고 싶다 말하고 싶게 하고, 밥 먹었니 묻고 싶게 한다. 여름 그늘은 나무가 아니라 그가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의 웃음은 사시사철 시원하게 눈부시다. (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