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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요구, 선은 넘지 말아야

연합   |   등록일 2017.06.1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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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법원을 대표하는 판사 100명이 사법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9일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는 법원행정처 소속 고위 법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계기로 열리게 된 것이다. 전국 규모 판사회의가 열린 것은, 2009년 신영철 전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재직 시절 촛불집회 관련 재판에 개입했다는 논란으로 소집된 이후 8년 만이다. 문재인 정부가 사법개혁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선 판사들의 생생한 여론이 표출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쏠렸다. 이날 판사들은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외압 의혹과 법원행정처의 ‘판사 블랙리스트’ 관리 의혹 등에 대해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표현은 추가조사지만 사실상 재조사나 마찬가지여서 의외로 파장이 커질 수도 있다. 판사들은 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상설화하는 방안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원조직법 등에는 전국의 판사들이 모여 회의를 열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이번 법관대표회의가 열린 경위는 이렇다.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올해 2월 법관 인사제도 개혁에 관한 설문조사와 학술세미나를 준비하자 법원행정처 간부가 행사 축소를 일선 법관들에게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직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는 조사 결과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가 일부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판사들은 조사가 미진했다며 판사회의 개최를 요구했고,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의 보수색이 짙어지고 관료주의가 심화한 데 따른 일선 판사들의 누적된 불만이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대법관 제청권과 법관 인사권을 모두 쥐고 있는 대법원장의 권한 집중에다, 인사기능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의 권력기구화까지 겹쳐 이번 사태가 불거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설문조사 결과, 법관 10명 중 8~9명은 대법원장이나 법원장의 사법정책에 반대하면 인사 등의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법원 관료화에 대한 판사들의 불만이 9월 양 대법원장의 퇴임을 앞두고 폭발한 것 같다.

대법원은 일단 판사들의 결집한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의 의혹이 남아 있다면 다시 조사해 말끔히 풀어야 할 것이다. 대법관추천위원회의 인적 구성 개선 등 대법원장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법원행정처에 인사권을 앞세워 판사들을 억누르는 관행이 있다면 이 또한 타파해야 할 것이다. 현재 사법부가 민주화, 분권화로 향하는 시대 변화에 뒤처져 있고, 그런 사법부를 향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다만 ‘법관회의의 상설화’ 문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상설화가 필요한지부터 따져봐야 하겠지만 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기능을 너무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회의체가 ‘판사 노동조합’ 비슷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우려가 제기된다. 판사들도 노조를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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