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존경과 충성 ②청렴과 남을 원망하지 않는 마음 ③신중하고 합리적인 일처리 ④백성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많이 할 것 ⑤단정함과 겸허함’ 진시황릉에서 출토된 죽간(竹簡)에 기록된 관리가 갖추어야할 덕목이다. 죽간에는 5가지 금기도 적혀 있었다. ‘①사치와 부패 ②부귀와 오만 ③독단적인 결정 ④윗사람에게 잘못을 범하며 위기의식 결여 ⑤인재를 아낄 줄 모르고 재물에 눈이 먼 것’ 지금의 관리들에게도 요구되는 덕목과 금기사항이다. 

‘분서갱유(焚書坑儒)’ 같은 폭정으로 백성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엄격한 법치와 확고한 관료제도로 통일천하 진나라를 다스린 진시황은 관료에 대한 요구가 엄격했다. 총명함과 투철한 통찰력 치밀한 일관성 등 대업을 이룰 자질을 갖춘 진시황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기 전 초나라 수도 한단에 볼모로 가 있었다. 이 때 연나라 태자 단(丹)도 한단에 볼모로 왔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 생사고락을 같이 하는 우의를 다졌다. 

그 후 볼모에 풀려 진나라로 돌아온 영정(진시황 이름)이 왕위에 오르자 생사고락을 같이한 친구 단이 진나라에 볼모로 왔다. 생사를 같이 했던 친구로서 진시황의 환대를 기대했으나 진시황은 단에게 싸늘했다. 오직 볼모 일 뿐 우정 따위는 천하통일의 과정에서 세력다툼에 써먹을 한 장의 카드에 불과했던 것이다. 진시황은 정치하는 사람은 절대로 인정에 끌려가서는 안된다는 것이 진시황의 확고한 생각이었다. 

단은 진시황에게 연나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애걸했다. ‘까마귀털이 하얗게 새고 말머리에 뿌리나면 그때 생각해 보자’면서 거절했다. 믿었던 우정에 배반당한 단은 자신이 당한 모욕과 수모를 되갚을 것을 다짐했다. 기회를 틈타 연나라로 돌아온 단은 진시황을 제거할 자객을 보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만약 진시황이 사사로운 인정에 이끌려 단과의 치밀한 우정관계를 계속했더라면 6국을 통일 대국 진나라 건설은 기대할 수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시황의 냉철한 처세를 배웠더라면 최순실과 법정에 선 치욕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동욱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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