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살 피해자 배추농사 등 강제노역…"일 못하고 머리 나빠" 폭행도

지적 장애인을 8년간 임금 한 푼 주지 않고 배추농사 등 힘든 농사일에 동원하고, 상습 구타하는가 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비를 가로챈 60대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법원은 “잘못을 뉘우치거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다”며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아온 이 남성을 법정 구속했다.

청주지법 형사5단독 정현우 판사는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68)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정 판사는 김씨가 피해자인 지적장애인에게서 가로챈 658만원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정 판사는 “8년여간 피해자의 생계를 돌봐준 점을 참작하더라도 일을 시킨 뒤 급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폭력을 행사한 것은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와 복지를 저버리는 것이어서 죄질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또 “피고인은 ‘임금을 줘야 했다면 피해자를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돌봐준 것이라고 항변하는 등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거나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판사는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장애인 노동착취 근절을 위해 엄중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2006년 말께 서울에 사는 지적 장애인 A(65)씨의 형으로부터 동생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고, A씨를 자신이 사는 충북 괴산으로 데려왔다.

그는 이때부터 2015년 8월까지 A씨에게 배추농사 등 하루 평균 8시간 이상의 일을 시켰지만 임금은 한 푼도 주지 않았다.

김씨는 A씨가 일을 못 하고 지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고추 말뚝 등으로 폭행했으며 A씨에게 지급되는 정부의 기초생활수급비를 수령해 자신의 병원비 등으로 빼 썼다.

김씨의 범행은 행색이 남루한 A씨를 이상하게 여긴 장애인보호단체의 신고로 뒤늦게 드러났다.

법정에서 김씨는 “가족의 부탁을 받아 갈 곳이 없는 A씨를 보호하며 농사일을 거들도록 한 것”이라며 “A씨를 통상적인 근로자로 볼 수 없으며 수급비는 A씨의 허락을 받아 사용했고 폭행한 사실도 없다”고 혐의 모두를 부인했다.

정 판사는 그러나 “법정에 제출된 증거와 증인 진술 등을 종합하면 범행이 모두 인정된다”며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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