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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삼국유사사업본부장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울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의 공사를 일시 중단하는 결정이 이루어졌다. 3개월 중단하고 ‘공론위원회’를 구성하여 여기서 결정하자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국가에너지정책의 백년대계를 다루는 큰일이다. 애초 고리 5, 6호기 건설의 여부를 두고도 격론이 있었다.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에 걸친 고리원전단지는 세계최대 원전 밀집지역이 된다며 반대 목소리도 높았으나, 당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9명 위원 가운데 7명의 찬성으로 의결하였다. 원전건설은 진통을 겪으면서 어렵게 결정된 사안이다. 현 정부의 원전건설중단은 상당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다음과 같은 중대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첫째, 정치적 독선의 우려다. 아무리 3개월의 숙고기간을 둔다 해도 일단 중단하는 그 자체가 타격이 크다. 대통령의 의지가 너무 쉽게 관철된다. 그날의 국무회의에서 격렬하고 진지한 토론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고 몇 마디 말만 오고 갔다는 언론보도가 있다. 민주국가의 회의는 자유로운 발언과 활발한 의견교환, 책임 있는 자기주장이 있어야 한다. 전제군주 시대의 제왕들도 자기의 주장을 반대하는 의견을 높이 평가했다. ‘정관정요’의 명군으로 유명한 당 태종에게 위징(魏徵)이 얼마나 듣기 싫은 소리를 많이 했는가는 역사서에 잘 기록되어 있으며, 재상조차 예사로 죽이던 한 무제도 급암의 직언은 받아들였었다.

둘째, 경제적 손실이다. 이미 총사업비 8조6천억 원 가운데 4조9천억 원이 관련 업체들과 계약됐고, 이 중 1조6천억 원은 이미 지급됐다. 건설 중단이 확정된다면 공기업인 한수원은 물론 연관 업체들의 피해가 클 것이다. 전력요금은 올라갈 것이고 원전수출은 위축될 가망이 크다.

셋째, 행정절차 및 법적 문제다. 원자력안전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원자력·환경·보건의료·과학기술·공공안전·법률·인문사회 등 원자력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관련 분야 인사가 고루 포함되었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의결을 전문가가 빠진 공론위원회가 재심한다는 것인데, 공론위원회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내린 결정에 대한 재논의는 법규에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하지 않을까? 사정변경의 원칙이 인정될 경우, 원자력안전위원회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는 일시적 건설 중단을 발표했다. 민주주의에서 절차적 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와의 계약은 언제라도 파기될 수 있고, 당당한 이유만 있다면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시범을 보이는 셈이 되어버렸다.

넷째, 사회갈등의 문제다. 원자력 전공자들이 반발하고 있고 한국수력원자력 노조가 원전 중단 방침의 철회를 요청하고 있다. 7월 19일 울산시의회는 반대결의안을 가결했으며,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다시 울산시의회를 규탄하고 있다.

다섯째, 취지는 좋지만, 에너지와 환경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는 조급했다. 우리는 이미 엄청난 전력소비를 하는 현대 문명에 길들여졌다. 사고가 나지만, 자동차를 없애지 못한다. 독일처럼 원전을 축소하는 국가가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처럼 확대하는 국가도 많다. 이 문제의 해결은 환경과 생태, 인간의 삶에 관한 철학과 직결된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에너지기술, 철학, 경제학, 생태학, 사회심리학 등을 망라하는 진지한 연구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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