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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한 변호사

공정거래위원회가 연일 빛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명확한 메시지에 따라 조직이 일관되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요즘이다. 지난 7월 18일 공정위가 발표한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은 이른바 ‘호식이 방지법’ 등을 포괄하는 내용이다.

우선, 공정위가 시행령의 개정을 통하여 스스로 힘으로 올해 연말까지 바꾸기로 한 것은 다섯 가지 정도다. 가맹본부가 가맹사업의 통일성 유지 명목으로 가맹점주에게 직접 공급하는 물품인 필수물품(가맹점주의 전체 구입 물품의 87% 이상이 된다는 조사가 있었다)의 품목만 공개하도록 한 기존의 시행령을 고쳐 정보공개서의 의무기재사항을 대폭 확대하는 것, 가맹본부의 특수관계인 관련 사항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여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필수물품을 비싸게 구입하는 등의 문제를 제거하는 것, 가맹본부나 특수관계인이 납품업체나 유통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일체의 대가(판매장려금·리베이트 등)와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것, 점포 리뉴얼 비용의 분담 절차를 간소화한 것, 편의점 등 가맹점의 심야영업에 따른 부담을 축소하기 위하여 영업시간 단축 허용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대책은 정부(공정위)의 의지만 있었다면 국회의 동의나 협조 없이도 충분히 시행될 수 있었던 셈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정권 교체의 효과가 우리의 삶에 직접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행복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공정위가 이번에 발표한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대책 중 더욱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는 아홉 개의 사항들은 국회를 통한 법률개정이 필요하다. 가맹점 사업자단체의 법적 지위 강화를 위해 가맹점 사업자단체 신고제를 도입하고, 판촉행사 시 가맹점주의 사전 동의를 의무화하며, 보복조치 금지제도 및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과 함께 이른바 오너리스크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계약서에 명기하는 일(일명 ‘호식이 방지법’이 바로 이것이다), 가맹점주에 대한 보복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던 가맹본부의 즉시 해지사유를 대폭 축소하고, 가맹본부의 갑질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를 도입하며, 광역자치단체에 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하고, 광역자치단체에 조사권 및 처분권 일부를 위임하는 외에 정보공개서 관련 업무를 광역자치단체에 이양하는 일 등이다. 위 사항들을 담은 법률개정안은 모두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계류 중이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하여 국회 회의록을 뒤져보니, 소관 상임 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마지막으로 논의된 것은 2017. 3. 21.이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어디로 간 것인가? 거침없는 전혀 새로운 정부의 신속한 업무 처리에 비추어 보면 우리의 국회의원들은 느긋해도 너무 느긋한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2016년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가맹본부(프랜차이즈 본사)수는 4천268개이고, 가맹점 수는 21만8천997개라는 통계가 있다. 가히 가맹점 공화국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이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치킨·피자·제빵 등 외식업종으로부터 도소매·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직접 나서서 갑의 횡포를 막아내는 일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부분에서부터 정의(正義)를 바로 세우는 일이 된다. 작은 곳의 정의가 모여 큰 정의를 이룰 수 있다. 국민이 수많은 갑(甲)으로부터 받은 크고 작은 상처들이 모여 헬조선의 탄식이 만들어진 것이었으니 이제 작은 상처부터 보듬으려는 공정위의 세심한 노력에서 양극화 해소와 자랑스러운 나라의 희망을 찾고 싶은 것이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물론 “국회도 이제는 제발 그만 좀 놀고 밥값을 좀 해야 하지 않겠냐”는 준엄한 잔소리를 또 빼놓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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