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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새경북포험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야성의 부름’은 미국 작가 잭 런던의 소설이다. 주인공은 벅이라는 셰퍼드 견으로, 부잣집 저택에서 안락한 일상을 누리다가 여기저기 팔려 다니며 약육강식의 바깥세상을 겪는 유랑을 그렸다.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잔혹한 성정과 졸지에 맞닥뜨린 고난을 극복하는 개의 사투가 눈물겹다.

책은 문물의 세계에서 자란 벅이 자연의 세상인심을 경험하고 나서, 결국 야생의 세계로 돌아가는 내용으로 끝맺는다. 동물과 사람의 관계, 문명과 야생의 대비를 통해서 성찰의 메시지를 보낸다.

견공과 함께 반려동물의 상징인 고양이는 충성스런 개와는 다른 특성을 지녔다. 날카로운 야성미와 고독을 즐기는 행동거지가 그러하다. 생존의 배려를 받으면서도 개성을 유지하는 자태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아닐까.

인류 역사상 괭이를 신으로 섬겼던 민족이 있다. 바로 고대 이집트인이다. 그들의 신 바스트는 ‘묘두의 여신’으로 표현된다. 풍요와 다산의 의미로 숭배한 것이다.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말했다. 이집트인은 불이 나면 고양이를 먼저 구했고 이를 죽이면 사형에 처하며 사체는 미라로 만들어 묻었다고.

동물의 얘기를 읊은 프랑스 시인 아폴리네르. 내 집에 두고 싶은 것으로 사리를 아는 여자 하나와 책 사이를 거니는 고양이 한 마리와 사계절의 친구들이라고 노래한다. 고양이는 매운맛을 숨긴 청양고추처럼 양면성을 가졌다. 깜찍하면서도 섬뜩하고, 친근하면서도 경계심이 간다.

요즘은 개의 성격을 닮은 괭이 품종이 나왔다는데 만나진 못했다. 무덤덤한 이미지를 가진 녀석이 태도를 돌변해서 애교를 부린다고 상상하니, 원초적 본능까지 아우르는 과학 기술이 한편으론 무섭다.

외신에 의하면 생체 모방 애완용 로봇도 출시됐다. ‘MIRO’라는 이름의 로봇 펫은 우리의 손길과 기분을 읽고 꼬리를 흔드는 등 감정을 표출한다. 미용과 배변에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어 나름의 인기가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노인과 장애인의 동반자 역할도 수행한다니 놀랍다.

애완동물을 키우니 그 습성을 아는 편이다. 중국 노산 트레킹 도중 정상부 어디쯤서 괭이 한 마릴 만났다. 대뜸 내 다리에 몸을 비비면서 기지개를 켰다. 경험컨대 배가 고프거나 반갑다는 친밀감. 그런데 자꾸만 일행을 따라와 난감했다. 결국, 오징어 나부랭이를 던져 주곤 줄행랑을 쳤다. 가끔은 안위가 궁금하다.

세상엔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인격이 의외로 많다. 소리소문없이 선행을 베푸는 장삼이사.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들도 그렇다. 무심코 지나쳤던 산책길의 천사를 드물게 목격한다. 나눔은 인간들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사람과 동물 간에도 필요하다.

행여 ‘길고양이 급식소’라는 자그만 나무집을 본 적이 있는가. 우리 아파트 근처 노변에도 설치됐다. 여태껏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우연히 캣맘을 만나면서 처음 알게 됐다. 관리번호가 26번으로 도처에 상당수가 놓인 듯하다. ANF라는 사료 회사의 착한 마케팅.

괭이의 수명은 20년 정도로 긴 편이다. 한데 길양이는 쓰레기 음식과 폐수를 섭취하여 이삼 년밖에 못 산다고 한다. 그들은 거리의 요물이 아닌 더불어 살아야 할 소중한 생명체. 오늘도 캣맘이 공원을 걸어간다. 어깨에 걸친 허름한 가방 속엔 사비로 구입한 사료와 물통이 들었으리라. 날마다 그녀를 기다리는 눈빛도 애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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