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경제관념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최근에 들어 각급 학교들은 경제교육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주입식 교육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경제교육은 현실생활속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해야 효과가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교육현실이 이를 충족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경북도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도내 포항, 김천, 구미, 경산시와 의성, 영양군 지역의 남녀 중고생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그중 95.4%가 용돈을 부모로부터 받아쓰고,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조달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용돈지출에 있어서는 군것질이 30.8%로 압도적으로 많고, 교통비, 오락비 학용품비 등에 10% 안팎이며, 저축하는 학생은 겨우 5.5%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학생들의 ‘돈에 대한 인식’이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들이 받는 스트레스 중에서 학교공부나 진로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83.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부만 잘 하면 된다는 성적만능주의가 일반화돼 밤낮 공부에 찌들린 학생들이 용돈을 벌어 쓴다든가 돈을 아껴 저축을 한다는 의식이 자리잡을 리 만무하다.

서유럽 여러 나라 청소년들은 어릴때부터 아르바이트가 체질화돼 있다. 용돈은 스스로 벌어서 쓴다는 의식이 굳어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돈은 땀을 대가’란 생각이 확고하게 각인돼 있고, 이것이 바로 ‘생활속의 경제교육’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부잣집 아이나 가난한 집 아이나 동일하게 ‘돈은 노동의 산물’이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단 한 푼의 돈을 쓸때도 그 ‘효용성’을 곰곰히 따져보고 아껴쓰는 것이다. 힘들게 번 돈을 함부로 쓰지 않고 저축했다가 요긴하게 쓰도록 ‘현실속의 경제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싫증난 장난감 내다 팔기, 남의 아이 봐주기, 이웃집 개 산책시켜주기, 하급생 가르치기, 가정일 돕기 등등으로 용돈을 벌어쓰는데, 가정에서는 이를 적극 권장하고, 상급학교에 진학할때도 ‘아르바이트 실적’을 성적에 반영하고, 사회에 나와 취업을 할때도 봉사활동과 아르바이트 경험 등을 감안해서 채용을 결정한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가 함께 학생들의 경제교육을 수행하는 나라들은 오늘날 경제대국이 됐다. 교과서 외우기와 성적지상주의가 지배하는 우리나라에서 ‘선진국형 경제교육’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차츰 변해가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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