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차량 운전직 정년퇴임 박위득씨
“이젠 중풍 어머님 병간호 할겁니다”

“재임시절 받았던 상장들을 돌아보니 참 많은 세월이 흘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좀 쉬면서 갑자기 쓰러지신 어머님 병간호부터 해드릴 생각입니다.”

27일 21년여의 포항시 구룡포읍 청소차량 운전직을 마치고 정년퇴임하는 박위득씨(57·사진)는 지나간 세월을 되돌아보기에 앞서 지난 10월 중풍으로 쓰러진 노모를 돌볼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지난 1983년 당시 영일군 고용직 청소차량 운전원으로 공직을 발을 내디딘 박씨는 21년 6개월동안 구룡포의 새벽을 열어온 산증인이었다.

매일 새벽 5시면 자신의 청소차량을 몰고 출근해 동료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구룡포의 새벽을 열어온 박씨는 지금도 새벽 3시만 되면 어김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중풍으로 거동조차 반신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노모를 살펴본 뒤 집을 나선다.

경산이 고향인 박씨가 차량운전으로 평생을 보내게 된 것은 지난 61년 아버지를 따라 구룡포로 내려온 뒤 오징어배를 타다 우연히 선배들과 함께 서울로 가게되면서부터.

서울에서 수많은 차량들이 오가는 것을 보고 운전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73년 운전면허자격증을 따내 택시운전과 풍산금속에서 운전을 하다 구룡포읍 고용직 운전원으로 취업을 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쓰레기 문제로 주민들과의 끝없는 다툼이 이어지면서 후회도 많이 했고, 일을 그만두려고 한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여기에다 이제 22살이나 돼 아버지를 이해해 주는 딸이 초등학교시절 환경미화원인 아버지가 부끄러워 고민하는 모습을 볼 때는 가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었다.

21년간 근무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게 1년에 두 번씩 전체 환경미화원들이 모이는 합동야유회라고 말하는 소박한 삶을 살아온 박씨지만 막상 마지막 출근길에 나서자 회한의 시간들이 가슴으로 다가와 주름진 눈시울을 적셨다.

“평생동안 새벽 3시면이 일어나 출근준비를 했는데 이제 눈을 뜨면 그 긴 새벽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래도 매일 새벽을 집을 나설 때마다 병든 노모에게 행여라도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이제 늘 노모옆에서 보살펴 드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하는 박씨는 진정 우리가 보지 못한 곳에서 구룡포의 새벽을 지켜온 참다운 공직자였음을 느끼게 해 줬다.

그리고 마지막 떠나는 날까지 구룡포읍민은 물론 52만 포항시민 모두가 쓰레기 종량제 봉투사용과 대형쓰레기 적법처리야 말로 도시환경을 깨끗이하는 첩경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박씨는 27일 구룡포읍사무소에서 마련한 조촐한 퇴임식에서 21년간 운명처럼 소임을 다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행정자치부장관 표창을 받고 공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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