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도난당해 美 불법 반출
문화재청, LA카운티博서 발견
조선 후기 화풍 전환점 된 작품
조계종, 지속적 환수 노력 결실

지난 1988년 8월 5일 대구 동화사 염불암에서 도난당한 뒤 미국으로 불법 반출됐던 19세기 불화가 29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20일 오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미국 LA카운티박물관(LACMA)이 소장하고 있던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 반환식을 열고 불화를 공개했다.

이번에 돌아온 ‘지장시왕도’는 2014년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가 LA카운티박물관의 한국 문화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존재가 알려졌다.

조계종은 1999년 발행한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 이 불화가 실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15년 LA카운티박물관에 환수를 공식 요청했다.

이에 LA카운티박물관은 지난해 10월 개최된 이사회에서 지장시왕도의 반환을 의결했고 조계종과의 협의를 거쳐 이날 불화를 전달했다.

이번 반환은 종교단체 최초로 해외 박물관과 직접협상을 통해 환수한 사례다.

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는 1841년 동봉법준을 비롯한 승려 화가들이 그린 작품으로 크기는 가로 150㎝, 세로 131.5㎝다.
지장시왕도는 죽음의 세계, 즉 명부(冥府)에서 죽은 이를 구제하는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망자를 심판하는 10명의 왕을 묘사한 불화다. 잘 알려진 염라대왕이 시왕 중 한 명이다.

이용윤 조계종 총무원 문화재팀장은 “동화사 염불왕 지장시왕도는 대왕들이 무언가를 논의하면서 다양한 자세를 취하고 있고, 뒤쪽에는 병풍이 있는 점이 특징”이라며 “시왕이 일렬로 배치돼 지장보살을 바라보고 있는 기존 도상과는 확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명부를 현실 세계에 가까운 인간적인 모습으로 표현한 점도 돋보인다”며 “동화사 염불왕 지장시왕도는 조선 후기에 지장시왕도 화풍이 변화하는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이번 환수는 종교단체가 해외 박물관과 협상해 성공을 거둔 첫 번째 사례”라며 “불화를 돌려준 LA카운티박물관과는 학술·문화 교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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