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이용희)는 14일 허준영(許准榮) 신임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경찰총수로서의 자질과 업무 수행능력, 도덕성 등에 대한 검증작업을 벌였다.

여야 의원들은 청문회에서 허 후보자가 대학 재학시절 1년간의 군 보충역 복무를 마친 경위, 병적기록표상 고도근시와 색맹으로 기록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간부로 특채된 점 등 개인신상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의원들은 또 국가보안법 개폐, 경찰의 수사권 독립, 자치 경찰제 전면 도입, 경찰의 수사력 강화 방안 등 경찰 관련 현안에 대한 허 후보자의 견해도 물었다.

한나라당 서병수(徐秉洙) 의원은 "병적기록표에 따르면 73년 첫 신체검사시 좌우 나안시력이 0.08과 0.06에 색맹판정을 받았고, 5개월 뒤 재검사에서도 고도근시와 색맹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하지만 지난 84년 특채로 경찰이 될 당시 경찰공무원임용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시력기준은 양안의 나안시력이 0.3이상, 교정시력이 0.8이상이어야 하고, 색명이어서는 안된다고 엄격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병역비리 아니면 경찰임용비리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유정복(劉正福) 의원은 "후보자는 76년 2월 보충역으로 입영해 1년간 복무한 것으로 돼 있는데, 학적부와 성적증명서를 보면 병역복무 중임에도 대학을 휴학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수강해 77년 2월 졸업했다"면서 "입영 또는 복무와 동시에 휴학하도록 한 병역법(당시 68조) 위반과 학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양형일(梁亨一) 의원은 "수사권 조정을 둘러싸고 검.경의 샅바싸움이 만만치 않게 펼쳐지고 있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 방향에 대한 소신이 뭐냐"고 물었다.

같은 당 조성래(趙誠來) 의원은 최근 유영철 살인사건 등을 거론, "범죄수법의 고도화, 흉폭화 양상은 수사의 전문성과 과학성, 공조성이라는 경찰의 종합적인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후보자의 비전과 전망이 뭐냐"고 따졌다.

허 후보자는 답변에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와 관련, "검사만이 수사의 주체이고, 실제 수사를 수행하는 경찰은 법상 그 보조자로 되어있는 현 수사구조 하에서는 수사절차마다 검사의 판단을 얻어야 하는 번잡한 수사지휘에 따라 국민불편과 수사의 비효율성이 초래되고 있다"면서 "사법경찰관에게 수사주체성을 인정해 스스로 수사를 개시.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검경간 상명하복 관계를 협력관계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 수사권이 부여될 경우 철저한 인권보호 수사시스템 구축과 과학수사센터 설치 등 수사경찰 쇄신종합방안을 마련해 경찰의 수사기준을 국민기대에 부합하도록 향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자치경찰제와 관련, 허 후보자는 "올 상반기중에 법제화 및 실시준비를 하고,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에 시범실시를 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국가보안법 개폐논란에 대해 "국회에서 안보현실과 시대변화 등을 고려하여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 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향후 국회의 결정에 따라 대응체제를 갖추고 법집행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행자위는 청문회 결과를 토대로 오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청문경과 보고서를 채택,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에게 보고한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전달한다.

경찰청장은 국회의 동의를 요하거나 국회에서 선출하는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 표결 절차없이 청문의결서 채택만으로 검증 절차가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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