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축제 이어 서문시장대축제도 1인당 2만원에 공연 요구 '반발'

9월 21일 개막하는 서문시장 대축제 행사대행 공연기획사가 지역 밴드팀에게 교통비 2만 원에 공연해 줄 것을 요청하는 SNS 메시지 대화 내용(왼쪽)과 이에 반발하는 어쿠스틱 밴드 링크맨의 보컬리스트 이승준씨의 SNS 게시글.
“교통비로 1인당 2만 원 줍니다. 수준 높은 공연 부탁합니다.”

유명 어쿠스틱 밴드 ‘링크맨’의 보컬리스트 이승준씨는 지난 15일 이런 내용의 전화를 받고 화가 치밀었다. 25분 공연에 100만 원 정도 받고 무대에 서는 이씨는 “예산이 부족해 공연비는 못 주고, 한 명당 교통비 2만 원씩을 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황당하기만 했다고 전했다. 대구시가 예산을 지원하는 서문시장 대축제 무대라는 점에 더 화가 났다는 이씨는 “불과 지난달 치맥페스티벌 때도 2만 원으로 지역 뮤지션을 섭외하려다 비난이 쏟아졌는데도 다시 반복됐다. 대구시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다”고 지적했다.

컬러풀대구페스티벌, 치맥페스티벌에 이어 9월 21일부터 3일간 열리는 서문시장 대축제도 지역 음악인들에게 교통비 2만 원으로 공연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경북일보가 확인한 결과, 1억9천500만 원의 국비와 시비가 들어가는 서문시장 대축제를 진행하는 공연기획사 H2 커뮤니케이션즈는 14일과 15일 이틀간에 걸쳐 링크맨의 이승준씨와 같이 레미디, 가을정원, 메리고라운드, 카노 등 지역 9개 공연팀에게 교통비 2만 원 지급 조건의 섭외전화를 했다. 서문시장 상인회가 요구한 부활, 박상철, 금잔디, 신유 등 유명 가수 섭외비로 7천만 원의 예산 계획을 잡은 것과 대조적이다.

2만 원 섭외를 거부한 하드록밴드 ‘레미디’의 베이시스트 정연우씨는 “큰 무대에서 홍보할 기회를 줄 테니 열정 페이 해라는 말로 들렸다”면서 “공연문화예술도시 대구를 외치면서 정작 지역 음악인들을 들러리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참다못한 지역 음악인들은 포럼을 열어 대응할 계획이다.

정연우씨는 “지역 음악인들에 대한 대구시나 공연기획사의 이해부족을 해소하고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포럼을 열어 공식 문제를 제기하려 한다”면서 “이참에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대구시 입찰로 선정된 행사대행 공연기획사는 말을 바꿨다.

송민철 H2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입사 2개월 된 막내 직원이 교통비 2만 원을 언급하면서 실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 예술인들에게는 교통비 포함해 30~100만 원 정도 공연비를 지원하겠다”고 해명했다. 또 “입찰 과정에서 지역 예술인들을 섭외할 때 공연비 지급액 등 세부 지침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공연기획사의 일탈이라면서 책임을 미뤘다.

정기영 민생경제과장은 “공연기획사가 대구시와 협의 없이 섭외를 진행하면서 오해를 하게 만들어 유감이며, 이런 사실을 일절 몰랐다”면서 “김영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장, 공연기획사와 협의해 유명 가수를 5명에서 3명으로 줄이고, 지역 음악인들을 제값을 주고 섭외하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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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회취재팀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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